등나무 아래 식빵을 구우며 단잠에 빠졌던 고양이의 귀가 갑자기 쫑긋합니다. 녀석이 숨은 곳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초등학생의 기척이 느껴집니다. 길고양이의 '초딩 감지 안테나'가 재빨리 회전하기 시작합니다.
고양이가 피하고 싶은 대상 1순위가 '덩치 큰 남자사람'이라면, 아마도 2순위는 초등학생일 겁니다.
덩치는 작지만, 길고양이에게 장난기 어린 관심을 보이는 통에 여간 귀찮지 않기 때문입니다. 사실
초등학생의 호기심이 잘못된 방향으로 뻗어나가면, 고양이를 힘들게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번에 마주친 초등학생은 그저 무심히 지나쳐 갈 뿐인데, 길고양이 마음은 괜히 조급합니다.
혹시 귀찮은 일이 생길지 모르니 일단 피해놓고 보자는 심산입니다. 번개같이 등나무 위로 몸을 날립니다.
어느새 등나무 꼭대기 위로 잽싸게 올라가는 뒷모습은, 고양이가 아니라 긴꼬리원숭이처럼 보입니다.
바로 발밑에 날카로운 방범창이 버티고 있지만, 외나무다리처럼 가느다란 등나무 줄기를 잘도 타고 내립니다.
바삐 도망가는 그 틈에도 잠시 카메라를 향해 포즈를 취해주는 여유까지 부립니다.
닫힌 문 안쪽으로는 아무도 찾아오지 못합니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귀찮게 할 우려도 없습니다.
길고양이는 그제서야 안심한 듯, 만족스러운 눈빛으로 관망에 들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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