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표범 닮은 카리스마 길고양이

골목길을 걷다 보면 어디선가 찌릿 하는 눈길이 느껴집니다. 얼른 주위를 돌아보면, 대개 길고양이가

몸을 숨기고 눈을 빛내며 저를 관찰하고 있습니다. 사실은 길고양이도 사람을 구경하는 것입니다.

흑표범을 닮은 올블랙의 멋진 고양이입니다. 

까만 몸에 더욱 도드라지는 회색 발바닥은 흙먼지가 매일 묻은 탓입니다. 위엄 있는 모습과는 사뭇 다르게

경쾌한 모습으로 종종걸음을 걷는 모습이 귀여워서 뒤를 밟아보았습니다.

고양이는 공사장 임시계단 아래 몸을 숨기고 다시 상황을 관망하고 있습니다. 과연 여기까지 네가

따라올 수 있겠니? 하는 자신만만한 눈빛입니다. 저도 어지간한 곳이면 따라들어가는 편이지만,

계단으로 가로막힌 공사장 뒤편으로는 위험해서 차마 가지 못하고 멀리서 바라만 봅니다.

그렇게 저를 한참이나 바라보던 고양이는 몸을 돌려, 공사장 차단막 속으로 걸어들어가 버립니다.

 그대로 의기양양하게 풀숲까지 걸어들어가 멀리 사라집니다. 꼬리가 유독 짧아 토끼꼬리처럼 보입니다.

몸놀림이 날랜 고양이에게는 경사진 비탈길도 문제 없습니다. 거침없이 아래로 걸어내려갑니다.

그러나 봄꽃 앞에서는 고양이도 잠시 걸음을 멈추고 쉬어갑니다. 저렇게 아래위로 까만 옷을 입고 있으니

여름에는 빛을 흡수해서 유독 덥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가끔은 그늘 아래 쉬어갈 줄도 알아야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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