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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경원의 길고양이 통신]/[고양이 여행] 한국

퉁퉁 분 길고양이 젖가슴, 버거운 삶의 무게

by 야옹서가 2010. 5. 24.

자동차 옆에 숨어 멍때리고 있던 길고양이를 발견했습니다. 보통 고양이가 저를 먼저 발견하기 일쑤지만

이날은 고양이가 다른 데 한눈을 팔고 있었던 탓인지, 제가 한발 더 빨랐습니다.



눈매가 아직 어리다 했는데, 젖꼭지 주위에 검은 테두리가 생기고 젖이 퉁퉁 부어오른 것으로 보아 

 아직 젖을 떼지 않은 엄마 고양이입니다. 고양이도 저를 뒤늦게 발견하고 '으응?' 하는 표정으로

귀 한쪽을 쫑긋 세웠습니다. 제가 자세를 조금 고쳐 잡으려 하니, 잽싸게 몸을 일으켜 달아납니다.



순식간에 바로 옆 담장 위로 폴짝 뛰어오르더니, 긴장된 눈빛으로 제가 따라오는지 지켜보고 있습니다.

엄마 고양이 심장은 두근두근, 마구 뛰놀겠지오. 혹시 가까운 곳에 새끼들이 있어서 제 주의를 돌리려고

담벼락 위로 뛰어오른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새끼를 가졌을 때는 무거워진 배를 가누느라, 또 새끼들을 무사히 다 낳은 뒤에는 한동안 젖을 먹이느라

엄마 길고양이의 가슴은 가벼울 날이 없습니다. 퉁퉁 부어오른 젖의 무게만큼, 길고양이가 짊어진 

삶의 무게도 묵직할 것입니다. 엄마 고양이는 제 한 몸만 건사하면 되는 게 아니라, 새끼들이 무사히 자라

독립할 때까지 여러 목숨을 책임져야 하는 존재이기에... 젖 먹이는 엄마 길고양이가 유독 몸이 왜소하고

어리게 보이는 건, 제 몸의 양분 중에서도 가장 귀중한 것을 새끼에게 고스란히 대주기 때문일 겁니다. 


제 몽상이 미처 끝나기도 전에, 엄마 고양이는 담벼락 아래로 몸을 날리며 시야에서 멀어져 갑니다.


벽돌담 아래 봄꽃 몇 송이만 남아, 묵직해진 목을 흔들며 엄마 고양이를 소리없이 배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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