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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경원의 길고양이 통신]/[고양이 여행] 한국

싱겁게 끝난 한낮의 길고양이 미행

by 야옹서가 2010. 5. 25.
가파른 계단 길을 길고양이 한 마리가 내달립니다. 어렸을 적 빨리 계단을 내려가고 싶어, 두 계단씩

쿵쿵 뛰어내리던 기억이 납니다. 그땐 두 계단도 뛰어내리기 벅찼는데, 고양이는 제 키만큼 높은

계단을 잘도 쏜살같이 뛰어내려가, 왼쪽 골목으로 꺾어듭니다.

 
고양이는 꼭 달아날 때 뒤를 한번씩 돌아봅니다. 확실하게 내뺄 수 있는 기회가 있는데도, 안전을

확인하고 싶은 마음이 먼저 앞서는 것입니다. 그게 아니라면, 앞으로 체력을 적당히 안배해서

달아날 힘을 비축해두고 싶은 것일 수도 있지요. 미행자가 빠른 걸음이라면 전력질주로 그 자리를

피해야 할 것이고, 그게 아니라면 다음을 위해 힘을 남겨놓아야 하니까요.



길고양이의 목적지는 어디였을까. 어쩌면 인간이 없는 세상인지도 모릅니다. 


턱없이 느려터진 인간의 추격속도를 확인한 고양이는 제가 우스운 듯, 뛰지는 않고 잰걸음질만 칩니다.

졸지에 '하찮은 형'이 되었습니다-ㅅ-.

안심한 듯한 고양이의 발걸음에 저도 한숨 고르며 천천히 고양이를 뒤따라가 보았지만,

낮은 담벼락을 꺾어 고개를 내밀었을 때 제 시선 너머로는 다닥다닥 머리를 맞댄 지붕들만 보일 뿐

고양이는 꼬리털 한 오라기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 지붕 밑 어딘가에, 길고양이가
가쁜 숨을 내쉬며

달아날 곳을 궁리하고 있을 것입니다. 아쉬운 마음도 있지만 '고양이에게 속아주는 날도 있어야지'

하며 그 자리를 돌아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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