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고양이가 즐기는 '밤바카 놀이'

'밤바카' 기억하세요? 놀이공원에 하나쯤 있던 자동차 모양 놀이기구인데, 안전장치가 된 장난감 자동차를

운전하면서 다른 사람의 차에 제 차를 쿵쿵 부딪치며 놀던 놀이기구입니다. 정식 호칭은 범퍼카가 맞겠지만

역시 밤바카라고 불러야 제맛입니다. 자장면 하면 왠지 어색해서, 꼭 짜장면이라고 해야 맛이 나는 것처럼. 
 

그런데 고양이 세계에도 그런 밤바카 놀이가 있습니다. 물론 고양이가 자동차를 타고 노는 건 아니고

소처럼 제 머리로 상대방을 들이받는 거지만, 장난스런 기분은 밤바카 놀이를 할 때와 다를 바 없습니다.

소가 공격의 뜻으로 머리를 들이받는 것과 달리, 고양이들의 밤바카 놀이는 친밀감을 표현하는 수단입니다.

그런데 이 놀이도 상대방이 기분 나쁘지 않을 정도의 선은 지켜줘야 하는데, 아직 어린 고양이는

제 힘을 다스릴 줄 모릅니다. 그저 좋다고 온 몸의 힘을 실어 머리를 쿵쿵 치받느라 신났습니다.  

 노랑둥이 아줌마도 처음 몇 번은 너그럽게 받아줬습니다만, 표정이 조금씩 굳어지는 게 느껴집니다.

급기야 아줌마의 머리가 홱 돌아갈 만큼 힘차게 부딪쳐 버립니다. 아니 저 뒷감당은 어떻게 할 셈인지...

발랑 드러누워 레슬링 기술을 거는데, 노랑둥이 아줌마는 더 이상 장난을 받아줄 마음이 없는지, 잰걸음으로
 
그 자리를 빠져나가 버립니다. 활짝 벌린 아기고양이의 두 손만 민망해졌습니다.

"나 버림받은 거야? 그런 거야?"

아줌마 고양이는 망연자실 누워버린 어린 고양이를 뒤로 하고 매몰차게 떠나버립니다.

시무룩해진 어린 고양이가 귀를 축 늘어뜨리고 맙니다. 아까 너무 힘차게 부딪치며 놀았는지, 한쪽 귀가 기우뚱

아래로 좀 더 기울었습니다. 전말을 다 지켜본 탓인지, 고양이의 얼굴이 어쩐지 근심으로 가득해 보입니다.

노랑둥이 아줌마의 표정이 "어이구, 너 그래서 언제 어른 될래?" 하고 측은하게 바라보는 것만 같습니다.

다행히 귀를 뒷발로 몇 번 박박 긁고 나니 기울었던 귀도 펴지긴 했어요. 이제 어린 고양이도 적당히 놀고

적당할 때 접을 줄 아는 법을 배웠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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