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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경원의 길고양이 통신]/[고양이 여행] 한국

내겐 가장 아름다운 피사체, 길고양이

by 야옹서가 2010. 5. 26.
옥상 물탱크 밑 그늘진 자리에 길고양이 한 마리가 고단한 몸을 누입니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이곳은 제게 아무런 의미 없는 시멘트 벽이었습니다. 하지만 고양이가 이 자리를

쉼터로 선택한 순간, 제 눈 앞에는 커다란 캔버스 하나가 놓입니다. 손톱만 한 카메라 뷰파인더를 통해

고양이가 있는 풍경을 이리저리 담다 보면, 어느새 여러 장의 그림이 머릿속에 펼쳐집니다. 
 

학교를 졸업하고 나서 오랫동안 그림을 놓았다고 생각했는데, 돌이켜보면 사진을 찍으면서도
 
머리 속으로는 그림을 그리고 있습니다. 눈앞에 보이지 않는 가늠선을 그려 풍경을 자르고, 

상상 속의 캔버스를 가로로 눕혔다가 다시 세워서 그려보기도 합니다. 어떤 사진에서는

빛을 염두에 두고, 어떤 사진에선 색의 안배를 중시하고, 어떤 사진에서는 기하학적인 구도를 

가장 먼저 생각하지만, 그러나 가장 중요한 주인공의 자리에는 항상 고양이가 있습니다. 
 


낯선 곳으로 여행을 가면, 제 모습은 굳이 찍지 않더라도 고양이가 있는 풍경은 꼭 찍게 됩니다.

사진 속에 담긴 길고양이의 눈에는 제 모습이 들어있을 것이고, 제가 길고양이의 마음이 되어 걸었던

그 풍경은 사진 속에 오롯이 담겼을 테니까요.


길고양이를 오랫동안 따라다니며 인연을 맺다 보면, 저도 모르게 그들에게 감정이 이입되곤 합니다.

가장 마음이 고단했던 무렵 만난 친구이기에 더욱 그런지도 모르겠습니다. 비록 제대로 목욕도 못하고

꼬질꼬질해진 옷을 입고 있지만, 아무리 척박한 환경에서도 당당함을 잃지 않고 자기만의 삶을 지켜나가는

그들에게 경외감을 느낍니다. 보편적인 아름다움의 기준과는 거리가 멀 수도 있지만, 이처럼 제 마음을

울리는 대상은 흔치 않기에, 길고양이는 언제까지나 제게 최고의 아름다운 피사체로 남을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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