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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고양이뿐 아니라 길 위의 모든 생명을 애틋히 여기며,
그들의 평안을 기원하는 분들과 오래 가는 인연을 맺고 싶습니다.
새 소리가 들리면 베란다로 나와 한참 바라보는 고양이의 뒷모습은 호기심으로 들떠 있습니다.
아파트에 사는 고양이는 바깥구경을 할 일이 거의 없습니다. 가끔 있는 외출이라곤 병원에 가는 일뿐이니
바깥으로 나가는 게 즐거울리 없습니다. 게다가 한동안 유기묘로 살았던 기억 때문인지 스밀라는
품에 안고 현관으로 나가는 시늉만 해도 질색을 하고 뒷발로 제 가슴을 콱 밀치며 뛰어내리곤 합니다.
하지만 베란다를 통해 내다보는 바깥 구경은 스밀라도 좋아합니다. 집에 있으면 안전하다는 걸 아니까요.
방충망으로 날아드는 날벌레의 작은 움직임이나, 아파트 근처로 날아다니며 지저귀는 새 소리에는
민감하게 반응하며 눈을 떼지 않는 스밀라입니다.
새 소리는 나지만, 잡을 수 없다는 걸 깨달은 스밀라는 애가 탑니다. 방충망이 뚫어져라 바라보는 눈빛이
'잡고 싶다, 잡고 싶다' 하고 마음 속으로 되뇌는 듯합니다. 옥색으로 빛나는 유리창과 스밀라의 눈동자 색은
꼭 닮았습니다. 유리로 만든 구처럼 아름답게 빛나는 저 눈동자를 가까이서 들여다볼 때마다
딱 한번만 만져보고 싶지만, 발바닥도 콧잔등도 아닌 눈동자라서 그저 바라보기만 합니다.
스밀라가 새를 보며 잡을 수 없어 안타까워할 때, 저는 스밀라의 눈동자를 만질 수 없어 안타깝습니다.
아름다워 갖고 싶고, 만지고 싶은 것을 향한 마음은 그렇게 통합니다.
스밀라는 눈앞에서 점점 멀어져 조그만 점이 되어버린 새의 뒷모습을 아쉬운 눈길로 바라봅니다.
마음 같아서는 폴짝 뛰어올라 한발로 냉큼 잡고 싶을 겁니다. 하지만 겁 많고 소심한 고양이는
그저 베란다에서 하는 구경으로 만족할 뿐입니다. 조만간 산책을 두려워하는 스밀라를 위한 전용 화단을
만들어주어야겠다 싶습니다. 눈으로만 탐내던 바깥 세상의 한 조각이나마 곁에 둘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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