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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스모크'를 보면 13년간 매일 같은 장소를 찍는 남자의 이야기가 등장합니다.
그 앞을 무심코 지나치는 사람에겐 똑같아 보이는 장소지만, 애정을 가지고 매일
사진을 찍어온 사람의 눈에는 달리 보였겠지요. 배경은 같고 등장인물은 늘 달라지는
사진들을 다시 펼쳐본 남자는, 그 속에서 자신만의 보물을 발견합니다.
같은 장소에서 오랜 시간을 두고 길고양이를 찍는 것도 어쩌면 그런 나만의 보물을
발견하는 기쁨이 있기 때문 아닐까 합니다.
사진 폴더를 주루룩 훑으면, 처음 만났을 땐 홀쭉했던 고양이가 어느새
퉁퉁한 두목냥으로 변해 묵직한 걸음을 옮기고 있기도 하고...
귀여운 아기 같던 촐랑이도 어느새 어른이 되어 보금자리에서 보이지 않게 되었습니다.
두목냥이 오르던 그 계단을, 촐랑이도 똑같이 밟아 올라갔었지요.
그리고 이제는 삼색 아기고양이 꼬리와 젖소무늬 셤이 가족이 이 계단을 오릅니다.
계단을 오르는 고양이의 얼굴은 매년 바뀔 것이고, 계단에 적힌 페인트 글씨도 점점
벗겨지겠지요. 이제 얼굴을 볼 수 없는 녀석도 생겼지만, 지난 몇 년간 지켜봐 온
개미마을 고양이들의 모습을 마음속에 다시 새겨봅니다. 이 계단에서 다시 이어질
고양이 가족의 이야기를 기대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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