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말랐지만, 이제는 눈병도 피부병도 많이 나아 슬슬 고양이의 꼴을
갖춰가는 고똥이의 근황입니다.
어지간하면 맨바닥에 그냥 앉으려고는 하지 않는 고양이들-길고양이라도
방석과 깔개에 대한 애착은 있습니다. 고똥이도 자기가 살고 있는 환경 속에서
그나마 편안한 자리를 찾아 가만히 앉아 봅니다. 자잘한 돌멩이와 까실까실한
낙엽들로 엉덩이가 따가운 흙바닥과는 달리, 누군가 버리고 간 나무판자는
길고양이의 좋은 방석이 되어줍니다. 바닥에서 올라오는 습기와 냉기도
아쉬우나마 막아줄 수 있습니다.
저를 보고 나무 방석에 앉을까 말까, 고민하던 고똥이는 슬그머니 앞발을 접고
반 취침 자세로 들어갑니다. 벗겨진 코에 붙은 흙먼지와 코딱지가 안쓰럽지만
곧 저 벗겨진 콧잔등에도 새 솜털이 날 것을 믿기에, 고똥이의 성장을 가만히
지켜보려고 합니다.
누가 가르쳐주지 않았지만, 고똥이는 본능적으로 식빵을 굽습니다.
나무 방석 덕분에 흙바닥 잔돌멩이에 앞발이 배기지 않으니까요.
마음이 고단할 때면, 고똥이의 그윽한 눈매를 기억합니다. '저리 약해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걱정했던 아이들도 힘껏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데...
용기를 잃지 말아야겠습니다. 힘들다 푸념하며 쓰러지지 않아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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