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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경원의 길고양이 통신]/[고양이 여행] 한국

주차장 길고양이 노랑이의 독백

by 야옹서가 2010. 10. 6.

 

나는 대형마트 주차장에 사는 고양이입니다. 노점에서 버린 음식 찌꺼기나

마트에 들렀다 나오는 사람들이 먹다 흘린 주전부리 조각으로 배를 채우기도 해요.

방금 전 자동차에서 나오던 사람이 뭔가 흘리고 가길래, 혹시 먹을 건가 하고

얼른 달려나와 봤지만, 아니었어요. 그냥 종이쪽지였어요. 실망이에요.



사람들은 나를 '도둑고양이'라 불러요. 나도 내 이름을 모르지만 그렇게들

가장 많이 부르니까 그게 내 이름인가 봐요. 나를 그렇게 부르는 사람들의

목소리는 왠지 화가 잔뜩 난 것처럼 느껴져서, 움찔 주눅이 들어요.

그 소리가 나면 자동차 밑으로 얼른 피해야 안전할 것 같아요.



가끔 나를 '노랑이'라고 부르거나 '야옹아' 하고 부르는 사람도  있어요.

그때의 목소리는 나를 도둑고양이라 부르는 사람들과는 조금 달라서

덜 무서워요. 그래도 사람들의 속마음은 알 수 없어서, 어느 정도

거리를 두는 게 상책이에요.



눈앞에서 사람 하나가 자꾸만 "야옹아, 자동차 밑은 위험해" 하고 말해요.
 
나한텐 여기가 더 안전해요. 웬만하면 가 주면 좋겠는데, 지치지도 않나 봐요.

저 사람이 갈 때까지 나는 나오지 않을 거예요. 아무리 달콤한 목소리로

불러도 나오지 않을 거예요. 그게 길고양이가 목숨을 유지하는 방법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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