짝짝이 양말을 즐겨 신는 짝짝이, 오늘은 외나무다리에서 만났습니다.
흰 양말이 미어질세라, 한껏 힘을 준 네 발에서 긴장감이 느껴집니다.
자칫 잘못했다간 외나무다리 아래로 떨어질 테니까요. 또랑또랑한 눈매로
저와의 거리를 재며 그렇게 묵묵히 서 있습니다. 얇은 양철벽에 흰 양말이
베이지는 않을까 걱정도 되는데, 개의치 않고 꾹 부여잡고 있습니다.
저야 짝짝이보다 몸집이 크니 외나무다리를 건널 수는 없지만,
뜻밖의 순간에 사람과 딱 마주쳤으니 어떻게 해야 할까,
짝짝이는 고민하는 눈치입니다.
결국 천막집 안쪽, 안전한 은신처로 돌아가기로 한 모양입니다.
외나무다리에서 방향을 바꿀 때는 아래로 떨어지지 않도록 양철벽을
두 앞발로 꼭 잡고 일어선 다음, 잽싸게 몸을 회전하여 방향을 바꿉니다.
짝짝이는 오른쪽 앞발, 뒷발을 조심스레 양철벽에 얹고, 왼쪽 발로 몸을
지탱하고 서서 저를 향해 소심한 울음소리를 날려봅니다.
길고양이에겐 하루하루가 외나무다리를 걷는 나날일지도 모릅니다.
발 아래를 내려다보면 아찔하고 막막할 때도 있을 것입니다. 그래도
두 발이 딛고 선 외나무다리에 집중하며 길을 건너갑니다. 그럴 때면
길고양이의 의연함을 배우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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