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은 것도 없는데 점순냥이 열심히 입맛을 다십니다. 꼬질꼬질해진 앞발과 뒷발을
열심히 그루밍하느라, 혀가 바빴던 탓입니다. 텁텁한 흙냄새, 은신처 삼아 드나들던
연탄 광의 냄새가 아직 발바닥에 남아 있습니다. 짙은 얼룩무늬 옷을 입은 친구들은
하루쯤 그루밍을 게을리해도 별로 티가 나지 않지만, 아래위로 흰색 털옷을
받쳐 입은 점순냥은 금세 티가 납니다. 매일 그루밍을 해도 어지간해서는
세월의 때가 잘 지지 않습니다.
"아이고 힘들어, 좀 쉬었다가 해야지." 앉아있는데 저절로 눈이 감깁니다.
비록 별 것 아닌 것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혓바닥 노동도 노동입니다.
앞에서 어슬렁거리는 사람도 무시하고, 점순냥은 무심하게 잠이 듭니다.
길고양이는 어지간해서는 맨 발바닥을 잘 보여주지 않습니다. 발바닥을 보여주려면
방심한 자세로 앉거나 누워있어야 하는데, 사람 앞에선 그게 쉽지 않거든요.
집에서 살았다면 핑크빛 젤리를 잘 간직하고 있었을 곰돌이 발바닥이
거의 회색에 가까워졌습니다. 길고양이의 고단한 삶을 담은 발바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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