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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경원의 길고양이 통신]/[고양이 여행] 북유럽

사냥에 실패한 고양이의 '좌절 자세'

by 야옹서가 2010. 10.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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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지가 잘 조성되어 도심에서도 다양한 새를 볼 수 있는 스톡홀름에서는,

길고양이보다 야생조류를 만나는 것이 더 빈번한 일입니다. 이 고양이도

우연히 마주친 새를 노리고 있습니다. 멀찌감치 떨어져 있는데도 불구하고

저만큼 크게 보이는 걸 보면, 제법 몸집이 큰 새입니다. 그러나 고양이는

제 몸집을 생각하지 않고 새를 잡을 생각으로 머리가 꽉 차 있습니다.

어느 시점에 달려나가야 새를 잡을 수 있을지 신중하게 거리를 가늠해봅니다.

몸은 도약을 위해 낮추고 뒷발도 동당동당, 뛰어나갈 준비를 갖췄습니다.

벌써 처음보다 두세 걸음 앞으로 나선 상황, 뒷모습을 지켜보는 저에게도

긴박감이 감돕니다.


한데 왠지 뒤꼭지가 따끔했는지 새가 느릿느릿 돌아섭니다. 멀기는 하지만

고양이가 자기를 노리고 몸을 숙인 것을 보지 못했을 리 없습니다. 

새의 유일한 무기인 날개를 활짝 펼쳐 멀리멀리 날아가 버립니다. 


동당거리며 낮춘 엉덩이를 들어보지도 못한 채로, 고양이는 그만 망연자실

새가 날아간 곳을 바라만 봅니다. 고양이는 사냥에 실패하면 딴짓을 하는데

그 이유는 자존심이 강해서 실패를 인정하기 싫은 것이라고도 하고, 혹은 

기분 전환을 위해서라고도 합니다.



방금 전까지 새가 머물던 장소로 걸어나와서  "에잉, 내 신세야..." 하고

푸념이라도 하듯 벌렁 드러눕는 고양이입니다. 언젠가 새를 잡으려다 실패한

고양이가 허탈해하며 털썩 옆으로 쓰러지는 동영상을 본 적이 있는데

이 고양이에게도 사냥 실패의 좌절감은 그렇게 드러나는가 봅니다.

눈을 지그시 감은 표정이 '될대로 되라' 하고 체념한 것 같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방금 전의 실패는 잊어버리고 '에라, 등이나 지지자' 하고

마음을 달래는 것 같기도 합니다. 

"기운 내, 오늘만 날이 아니잖아~"하고 고양이에게 넌지시 응원을 건네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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