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와 여유롭게 산책하는 것은 저의 소원 중 하나였는데요,
집고양이는 산책을 두려워하는 경우가 많고, 길고양이는 대개
사람을 경계하기 때문에 혹시 길에서 고양이를 만나더라도
산책이 아닌 미행이 되곤 합니다만, 붙임성 있는 스웨덴의 길고양이를 만나
잔디밭을 산책할 수 있었습니다. 고양이 여행 도중에 흔치 않게 접하는
'고양이 산책' 기회이기에, 그 순간을 잊을 수 없습니다.
마치 좋은 곳으로 데려가 주겠다는 듯 성큼성큼 걸어가는 발걸음을
따라잡기 힘들 만큼, 고양이는 혼자 산책하는 데 주저함이 없습니다.
이곳은 세상을 떠난 사람들의 영원한 안식처-삭막한 묘지의 느낌보다
고요한 쉼터라는 인상이 더 강하게 느껴집니다. 무덤과 비석의 크기로
죽어서까지 지위의 고하를 구별하고 싶어하는 이들과 달리, 이곳에선
고양이 한 마리가 누우면 딱 들어맞을 크기의 조그만 무덤과 비석으로
잠든 사람을 표시할 뿐입니다.
고양이의 눈높이에 맞게 몸을 낮추니, 모든 세상이 고양이 눈높이로 보입니다.
몸이 스르르 줄어들어 고양이와 같은 키가 되어서 나란히 걷는 듯한 기분입니다.
내가 낮아질수록 세상은 커진다는 것을 새삼 느꼈던, 평화로운 산책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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