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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고양이 스밀라

스밀라를 위한 겨울용 실내 잔디밭

by 야옹서가 2010. 12. 2.
얼마 전 서울에 눈다운 눈도 내리고, 이제 완연한 겨울로 접어든 듯합니다. 거실에도

보온을 위해
원형 러그를 깔아두었는데, 스밀라가 그 위로 냉큼 올라갑니다.

자기를 위해 깔아놓은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베란다에서 햇빛을 쬐기엔

좀 싸늘해진 날씨여서, 거실에서 뒹굴뒹굴하면서 햇빛 쬐라고 가만히 둡니다.

블라인드 사이로 들어온 햇빛에 나른해지는 고양이의 하루입니다.  


이제 이곳이 스밀라의 겨울 잔디밭이 되었습니다. 스밀라의 초록색 눈동자와 어울리는

연두색 러그여서, 잔디밭 분위기가 물씬 나네요. 스밀라도 기분이 좋아졌는지,

마음이 한가로울 때 하는 '수퍼맨 자세'를 취합니다.


몇 달 전 '고양이 정원' 취재를 갔다가 분양받은 캣글래스 화분을 스밀라가 무척 좋아해서

조만간 베란다에 진짜 고양이 정원을 만들어줘야지 하고 계획을 세우다가 일이 바빠지면서

어영부영 시간이 흘러버렸는데 당분간 이걸로라도 스밀라에게 기분전환이 되면 좋겠네요. 

만족스러움으로 가득한 스밀라의 얼굴을 보고 있으면, 나도 고양이가 되어서

함께 눕고 싶어집니다. 딱 스밀라만 한 크기로 작아지고 고양이의 말을 할 수

있게 되어서, 스밀라와 이야기를 나눠봤으면 좋겠습니다. 함께 산 지 4년이 넘으면서

이제 간단한 의사소통은 서로 할 수 있게 되었지만, 보디랭귀지 초급반을 떼고

좀 더 세세한 부분까지 대화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욕심을 부리게 되죠.

스밀라는 혼자 거실에 있다가 심심하면 큰 소리로 울어서 저를 부르곤 합니다.

고양이가 뭔가를 요구할 때의 목소리는 평소와 다르게 애절해서, 바쁜 일을 하다가도

잠시 일손을 멈추고 나와보게 됩니다. 그럼 문 앞에 앉아 있다가, 자기를 쓰다듬어주길

바라는 장소에 몸을 '털썩' 소리가 나도록 누이면서 배를 보입니다. 이제 준비가 다 됐으니

얼른 쓰다듬어 달라는 신호죠. 그러면 슬슬 배를 문질러주지 않고는 배길 재간이 없습니다. 
 
이제 겨울 전용 잔디밭이 생겼으니, 가끔은 스밀라 옆에 누워서 토닥토닥

배를 쓰다듬어주면서 마음을 달래주어야겠어요. 스밀라 덕분에

오래간만에 느껴보는 한가로운 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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