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다듬는 건 좋아해도, 사람 품에 안기는 건 귀찮아하는 고양이가 있습니다.
스밀라도 그렇답니다. 자발적으로 안겨오는 무릎 고양이는 포기한다해도,
안아줄 때 그대로나 있어주면 좋으련만, 스밀라는 오래 안겨있지 않습니다.
나도 스밀라를 안고 묵직한 충만감을 느끼고 싶고, 두근두근 뛰는
심장 소리도 듣고 싶고, 따뜻한 체온도 느끼고 싶은데….
몇 번 시도해 봤지만, 한 2분 정도 안겨 있으면 ‘이것도 많이 참은 거다’
하는 표정으로 몸을 뒤채면서 아래를 내려다봅니다. 그리고 뒷발에 힘을
꾹 주면서 기어이 뛰어내리고 말죠.
제가 고양이를 안는 방식은 아기 안듯이 등을 받치고 눈을 마주보는 것인데,
그럼 고양이 입장에서는 몸이 뒤집힌 채로 눕는 것이 되니까 불안한 기분이
들 수도 있을 것 같네요. 어쨌든 스밀라가 몸을 뒤틀면서 뛰어내릴 준비를
하면, 안아주길 포기하고 알아서 스밀라를 바닥에 살짝 내려줘야 합니다.
그런데 스밀라를 꼭 닮은 쿠션을 구입해서 안아줄 수 있게 됐습니다. 올 여름북유럽 고양이 여행 때 스톡홀름의 고양이 아트상품 가게에서 보았던 작가
‘헨리 리’의 제품인데, 국내에서도 파는 걸 발견했거든요. 입고되기까지 두 달을 기다려서,
열흘 전쯤 집으로 배달되었답니다. 제일 큰 고양이가 5만원이라 부담되긴 하지만,
두 팔에 안으면 뭔가 꽉 차는 느낌이 들어서 좋아요. 스밀라는 안아주는 걸 귀찮아하니,
가끔은쿠션의 따뜻하고 포근한 느낌으로라도 대리만족해야겠어요. 마감하면서 틈틈이
쿠션을 꼭 안고 눈을 감았답니다.
한편, 새로운 고양이를 본 스밀라의 반응은...
시큰둥하군요-_-; 스밀라에게 고양이 쿠션은 그냥 한 개의 솜덩어리일 뿐...
'그럼 이제부터 쟤가 귀찮은 일 대신 해주는 건가?' 하고 생각하는 듯한 표정이네요.
작은 쿠션은 스웨덴에서 온 어린 고양이 '미고', 큰 쿠션 '올리비아'는 한국에서 구입했어요.
평소에 물건은 자주 사지는 않지만, 내 고양이를 꼭 닮은 물건을 발견하면
나도 모르게 두근두근하면서 그만 지갑을 열고 맙니다. 고양이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경험해보는 감정이겠지만요^^
* 헨리 리의 작품을 발견한 스톡홀름의 고양이 숍 이야기는 '북유럽 고양이 여행기'
'작품 모델이 된 귀여운 돌고양이들'에서 다시 보실 수 있습니다. 아직 자투리 원고가
남아서 틈틈이 마감하다가, 스밀라 소식을 궁금해하는 분들께 잠시 소식 띄우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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