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앗, 할아버지다!"
거실을 지나가던 아버지를 발견한 스밀라가 애교 담은 발라당을 날립니다.
배를 드러내고 앞발을 90도로 접어 최대한 귀여움을 뿜어내는, 고양이 특유의 애교입니다.
무뚝뚝한 아버지도 스밀라의 발라당을 자주 보아서, 그런 행동이 애교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지만, 고양이 애교를 어떻게 받아주어야 하는지까지는 아직 모릅니다.
고작해야 "저, 꼬랑뎅이(?) 흔드는 것 좀 봐라~" 하고 웃으며 내려다볼 뿐입니다.
스밀라가 꼬리를 탁탁 치는 게 아버지 눈에는 유독 귀여웠던 모양이지만,
스밀라의 복실하고 탐스러운 꼬리를 '꼬랑뎅이'라니 어쩐지 옹색하게 느껴집니다.
그래도 무뚝뚝하기로 유명한 아버지가 그 정도 표현이라도 하는 건, 스밀라가
아버지 마음에 그만큼 성큼 들어와 있기 때문이겠죠. 털 날리는 걸 싫어하면서도
스밀라가 밥을 먹고 안방으로 들어오면 "그래, 여기가 제일 조용한 피난처지?" 하면서
내심 흐뭇해하곤 하시니까요.
하지만 표현하지 않는 사랑은 사랑이 아니라고 하잖아요. 고양이도 행동으로 보여주지 않으면
사람이 자기를 사랑하는지, 애교에 반응하고 있는지 알 수 없습니다. 우리가 "앵~" 하는
고양이 울음소리를 들을 때 처음부터 그 소리를 어떤 명확한 의미로 인지하기 어렵듯,
고양이의 입장에서도 "녀석 귀엽네" 정도의 표현은 모호한 웅얼거림으로 들릴 뿐입니다.
이 단계에서 배를 문질문질해주는 스킨십과 함께 '눈 꿈뻑~' 하는 고양이 키스까지 날려주면
스밀라도 아주 만족스러워할 텐데, 아버지는 그냥 스밀라를 흐뭇한 눈으로 내려다볼 뿐,
이어지는 행동이 없습니다. 애교에 대해서는 칭찬으로 대응해 주어야 하는데
스밀라의 기대가 충족이 되지 않은 것입니다.
그렇게 아버지가 휭~하니 자리를 뜨자 스밀라는 내심 실망한 표정입니다.
'이상하다? 다른 사람들 앞에서 발라당을 할 때는 다 귀여워해 줬는데...'
눈을 내리깔고 곰곰이 실패 원인을 되짚어 봅니다.
하지만 스밀라의 애교 기술이 잘못된 것도 아니고, 아버지가 나빠서도 아닙니다.
아직은 시간이 필요한 것이지요. 처음에는 스밀라, 하고 부르는 것조차 어색해하던 아버지가
어느새 스밀라를 부르고 웃게 된 것처럼, 자연스러운 스킨십이 가능해지는 날도 오겠지요.
고양이를 무서워했지만 이제는 거리낌없이 스밀라를 안아주게 된 어머니처럼 말이죠.
조급하지 않게, 그런 날이 오기를 기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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