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이 좀 남아 새벽까지 깨어있는데 삐걱...하며 문 열리는 소리가 들립니다.
가족 중에 새벽에 제 방문을 열 만한 사람은 없지만, 심증이 가는 누군가가 있습니다.
책상 옆에 있던 카메라를 재빨리 들고 뒤를 돌아보며 찰칵 사진을 찍으니, 스밀라가
제 시선을 모른 척하며 방으로 스윽 들어오는 모습이 찍혔습니다.
“스밀라, 뭐해?” 하며 다가가니, 얼른 열린 문틈 사이로 꽁무니를 뺍니다.
제딴에는 “나 잡아 봐라~” 하면서 나가는 것입니다.
좁은 문틈으로도 잘 빠져나가는 모습이 미꾸라지 같습니다.
문밖으로 나가고 나서도 한참 뜸을 들이며 들어오지 않기에, 카메라를 들고 따라 나가봅니다.
뭐하나 했더니, 스밀라는 문 밖에서 저렇게 고개를 빼고 저를 살펴보고 있었습니다.
조용히 문 안쪽을 주시하는 모습이 ‘나올 때가 됐는데...왜 안 나오지?’하며
의아해하는 듯해요. 제가 가까이 왔는데도 딴청을 피우며 모른 척하는 걸 보면
웃기기도 하고, 귀엽기도 하고...고양이의 새초롬함은 매번 경험하는 거지만서도
늘 사랑스러워요.
저를 기다리지 않는 척하던 스밀라, 결국 앞발을 곱게 모으고 저를 봅니다. 스밀라는
'얼른 나와라, 얼른...' 마음 속으로 이렇게 주문을 외우고 있었는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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