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횟집 앞 '길고양이 급식소' 풍경

어머니와 함께 떠난 부산 여행, 아침 골목길을 걷다 횟집 앞에서 길고양이와 마주칩니다.

저와 눈이 마주치고도 달아나지 않는 모습이, 근처에 밥 챙겨주는 분이 있는 모양입니다. 

유리문에 접착시트를 붙인지 오래되어, 원래 있던 짙푸른색 바다가 하늘색으로 변한 횟집 문 뒤에는

까만 얼룩무늬 고양이 한 마리가 더 숨어 있었습니다. 경계하는 눈빛을 빛내며 몸을 숨기고

한쪽 눈만 내놓은 모습입니다. 그러니까 두 마리 고양이가 횟집에 차려진 길고양이 급식소에서

밥을 먹다가 저와 눈이 마주친 것입니다.

"내가 망을 볼 테니, 얼른 다 먹고 나서 자리를 바꿔주라고."

5:5 가르마를 탄 흰 고양이가 든든한 얼굴로 바깥을 지킵니다.

곁을 지키는 친구 덕분에, 노란 얼룩무늬 고양이는 안심하고 밥을 먹을 수 있습니다.

붉은색 고무대야에 담긴 푸짐한 아침밥으로 배를 채우고 나니, 얼굴은 꼬질해도 한결

뱃속이 든든한 것이, 오늘 하루는 기운차게 다닐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횟집 주인 아주머니와 잠시 대화를 나누었는데, 가게 앞에 먹을 것을 내어놓으면

길고양이들이 와서 알아서 먹고 간다고 합니다. 문앞이지만 어쨌든 가게 안에 밥그릇을 놓아둔거라

밥 먹다가 해코지를 당할 염려가 없습니다. 가게 앞, 신발털개 면적쯤 되어보이는 좁은 공간이지만, 

아침마다 열리는 길고양이 급식소는 길고양이와 인간이 공유하는 영역입니다.

배를 불리고 흡족한 얼굴이 되어 여유롭게 꼬리로 뒷발을 감싼 5:5 가르마 고양이의 배웅을 받으며

길고양이 급식소 앞을 떠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