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를 기다리다 무심코 먼발치를 보고 있는데, 길 건너편 계단 위로
노랑 줄무늬 고양이 꼬리가 언뜻 보입니다. 버스는 다음으로 미루고
얼른 뛰어가 보니 고양이 한 마리가 달아나지 않고 그대로 있습니다.
고양이가 놀라지 않게 조심조심, 한쪽 눈은 감고, 한쪽 눈은 카메라로 가리면서
‘나는 너를 보는 게 아니야’ 하고 암시를 걸며 한 발짝씩 다가갑니다.
고양이는 엉거주춤, 도망갈까 말까 하고 잠시 갈등하는가 싶더니, 슬며시
엉덩이를 붙이며 앉을 자세를 취합니다. 갈등이 담긴 엉거주춤한 자세가 사랑스러워
또 가만히 한참을 보고 있습니다.
계단 위쪽, 사람과 어느 정도 안전거리를 확보한 고양이의 마음은 한결
여유로워져서, 팔베개를 베고 누웠습니다. 뭔가를 골똘히 생각하는 표정입니다.
고양이의 조그만 동공이 향하는 곳을 보고 있으면 그 끝에 무엇이 있을까 궁금해집니다.
딱딱한 돌계단이지만, 폭신한 네 다리가 고양이에게는 말랑말랑 쿠션이 되어줍니다.
팔베개를 하고 온 세상을 내려다보는 고양이,
그런 ‘고양이 휴식’이 나에게도 찾아와주면 좋겠다 싶은 화요일 아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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