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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경원의 길고양이 통신]/[고양이 여행] 한국

아슬아슬, 바닷가 바위틈에 살아가는 길고양이

by 야옹서가 2011. 10. 10.
길고양이를 꾸준히 찍으러 다니면서 겪은 가장 큰 변화가 있다면,

고양이를 무서워하던 어머니가 든든한 '길고양이 응원군'이 되셨다는 점일 겁니다.

어머니와 함께하는 '길고양이 여행'은 그래서 제게는 더욱 행복한 시간입니다. 

든든한 동지애를 느낄 수 있는 사람이 여행길에 함께한다는 것, 그 대상이 가족이라는 것만으로도

큰 힘이 되거든요. 길고양이들의 사랑스런 모습에 함께 기뻐하고, 때론 함께 마음아파할 수 있으니까요. 

 

때론 어머니가 저보다 먼저 길고양이를 발견하고 알려주시기도 합니다.

어머니와 함께 떠난 부산 길고양이 여행, 이번에도 예상치 못한 곳에서 길고양이를 만났습니다.

 

“저기, 고양이 있다!” 먼 바다를 바라보던 어머니의 한 마디에

가파른 절벽 아래를 내려다보니, 거센 파도가 들이치는 바닷가 암벽

울퉁불퉁한 바위틈 사이에 길고양이 한 마리가 몸을 숨기고 있습니다.

지나가던 취객이 무심코 버린 소주병 하나를 친구 삼아,

길고양이는 그렇게 서늘한 바닷가의 칼바람을 견디고 있습니다.

사람 사는 동네에서 견딜 수 없어 험난한 여기까지 밀려온 것인지...

고양이의 사연에 궁금함이 번지는 시간입니다. 가져온 먹을 것이 있어 바위 틈으로 던져주니

얼른 나와 냄새를 맡으며 이쪽을 올려다봅니다.


고양이가 보내는 말없는 눈인사에 나도 화답해봅니다. 자칫하면 미끄러져 크게 다칠 수도 있는

아찔한 암벽 틈에 살지만 꿋꿋이 버텨내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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