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붕고양이 일족 중 하나가 식빵 자세로 몸을 둥글게 웅크리고
멍하니 앉아있습니다. 눈앞에 특별히 움직이는 대상이 없는 것을 보면
뭔가 관찰하기보다는 가만히 앉아 지켜보는 모습입니다.
인기척이 나자 몸은 그대로인채 목만 180도쯤 돌려 뒤로 휙 돌아보고는,
자기를 관찰하는 사람의 시선이 아무래도 신경 쓰였던지 스티로폼 합판 아래로 몸을 숨깁니다.
사람이라면 불가능할 자세도, 몸이 유연한 고양이는 아무렇지 않게 해냅니다.
가끔 고양이를 보면, 몸과 목이 따로 노는 것처럼 보일 때도 있답니다.
몸 전체를 재빠르게 돌려 쳐다보기보다, 머리만 스윽 돌려 보는 편이 고양이에게는 편리할지 모릅니다.
인간을 위해 만들어진 지붕에 길고양이를 위한 공간이 따로 마련되어 있을 리 없지만
길고양이는 그 허술한 공간 안에서도 자기만의 지붕을 만들어냅니다.
지붕 아래 안식처에서 아까보다는 조금 편안해진 모습으로, 그러나 완전히
긴장을 풀진 않으면서, 길고양이는 그렇게 자기만의 지붕을 지키며 앉아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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