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색이 길고양이 한 마리가 비탈진 동네 길을 뚜벅뚜벅 걷고 있습니다. 아직 한낮의 태양이 뜨거운 때,
고양이 등에도 후끈후끈한 햇살이 무겁게 내려앉지만 개의치 않고 제 갈 길을 가고 있습니다.
사람의 큰 보폭으로도 숨이 차는 비탈길이지만, 고양이는 타박타박 한 걸음씩 발을 내딛으며 올라갑니다.
비탈 많은 산동네에는 길고양이만큼 개가 많습니다. 요즘처럼 험한 세상에 개를 풀어놓으면 누가 데려갈지 몰라,
동네 사람들은 개를 묶어놓습니다. 목줄을 끊고 개를 데려가는 사람도 있을지 모르지만 아직까지는
목줄이 이 동네에서는 유효한 듯합니다. 때문에 한창 뛰어놀고 싶은 개들은, 길목을 오가는 사람을 구경하는 게
낙입니다. 길고양이가 지나가면 얼른 큰 소리로 짖을 법도 하건만, 타박타박 느린 걸음으로 길고양이가
제 등 뒤를 지나갈 때까지도, 개는 그저 눈앞의 사람이 반가워 합죽이 같은 웃음을 짓고만 있습니다.
그 웃음에 붙잡혀, 길고양이 몫으로 들고 다니던 간식을 조금 떼어주고 돌아섭니다.
부지런히 골목으로 접어든 삼색 길고양이는, 집 앞에 누워 한가로이 쉬던 다른 개와도 눈이 마주칩니다.
잠시 우뚝 서서 서로 눈빛을 교환합니다. 큰 소리로 컹컹 짖으며 뒷발로 서서 고양이를 보고
짖을 것만 같던 흰 개였지만, 무심한 까만 눈만 뒤룩거리고 있습니다.
그저 동네 풍경의 일부일 뿐입니다. 호들갑떨며 짖을 일도, 쫒을 일도 없습니다.
아무도 자기 뒤를 따라오지 않는 것을 확인한 다음, 길고양이는 뚜벅뚜벅 제 갈 길을 갑니다.
오늘 하루 배를 채울 먹을 거리를 찾아서, 어느 집에선가 내놓은 음식물 쓰레기에서
먹다 남은 생선 부스러기라도 있기를 바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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