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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경원의 길고양이 통신]/[고양이 여행] 한국

골목에서 태어나고 자라는 어린 고양이들

by 야옹서가 2011. 9. 28.

가끔 나도 모르게 낯선 골목으로 흘러들어갈 때가 있습니다. 아무 이유도 모른 채

어쩐지 그쪽으로 가고싶어져서 골목을 따라 접어들다보면, 달팽이 껍데기 맨 안쪽의

주름진 좁은 골방처럼 깊숙한 곳에, 길고양이의 안식처가 눈에 띄곤 합니다.  

오늘은 어린 길고양이 네 마리가 서로의 몸에 턱을 기대고 있다가, 깜짝 놀라

낯선 방문객을 바라봅니다.

후다닥, 소리와 함께 방금 전까지 스티로폼 위에 누워있던 녀석들은 순식간에 사라져버립니다.

목소리는 들리지 않지만 알고 있습니다. 큰일났다, 인간이다 하고 달아난 것을요.

 

그래도 달아났던 한 녀석은 호기심에 다시 얼굴을 내밀고 이쪽을 바라봅니다.

어딘가에서 나를 바라보는 시선이 느껴져, 문득 카메라에서 눈을 떼어 보니, 이 모든 것을 가만히

멀리서 지켜보고 있는 길고양이가 있습니다. 어미 고양이일 것입니다. 근심스런 눈빛이 

금빛 눈동자 속에 담겨, 얼른 자리를 피해주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골목에서 태어난 고양이들은 금세 엄마 고양이처럼 어른이 될 것이고, 흔적없이 숨었던 그 모습처럼

언젠가는 골목에서 사라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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