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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경원의 길고양이 통신]/[고양이 여행] 한국

뭐가 그리 우습니? 요란한 길고양이 기지개

by 야옹서가 2011. 9. 29.

길고양이를 만나면 멀찌감치 떨어져 앉아 관찰을 시작합니다.  처음 길고양이를 만나러 다니던 무렵에는

우연히 길고양이와 만나면 반가운 마음을 감추지 못하고 그 앞으로 쪼르르 달려가기 일쑤였지만,

사람의 갑작스런 움직임이 길고양이에게는 오히려 불안하게 느껴질 수 있다는 걸 안 다음부터는 

무심한 듯 슬금슬금 다가가서 멀찍이 앉는 쪽을 택합니다. 달아나면 달아나는대로, 그 뒷모습을 찍으면 되지요. 


저를 묵인하고 제 할 일을 하는 고양이를 만나면, 그때부터 바닥에 엉덩이를 붙이고 관찰 단계로 들어갑니다. 

적당한 거리를 두고 각자의 할일을 하는 이 시간, 서로가 서로에게 무심한 이 시간이 저는 좋습니다. 

그렇게 가만히 앉아 바라보다 보면, 길고양이가 보여주는 여유로운 모습도 만나게 되거든요.


두 팔을 쭉 펴고 있는 힘껏 기지개를 켜 봅니다. 누구 하나 이빨을 닦아주는 사람도 없지만

이빨이 깨끗한 '건치 고양이'입니다.  시원함이 표정에서 그대로 드러나는 모습입니다.



잠시 저와 눈이 마주친 순간에는 "응?" 하고 멈칫 했습니다만...

다시 아까 전보다도 더욱 요란하게 기지개를 켜기 시작합니다. 누가 보면 박장대소라도 하는 줄 알겠네요.

거의 몸부림에 가까운 길고양이 기지개 모습입니다.

머리를 후루룩 털더니, 몸을 다시 단장해보는 녀석입니다. 요란스레 기지개 켜느라

잠시 저만큼 외출 나갔던 정신도 어느새 제 자리를 찾은 듯합니다.  

엉뚱하지만 시원한 길고양이 기지개 한 방에, 마음까지 후련해지는 기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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