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깊어가면서, 바람도 쐬고 햇빛도 쬘 겸 베란다에서 오랜 시간을 보내는 스밀라입니다.
한 발씩 앞으로 쭈욱 뻗고 기지개를 켜는 모습이 귀여워서 가까이 다가가 봅니다.
고양이와 눈맞춤할 수 있는 정면 쪽에서 서로 마주보는 것도 좋지만, 때로는
고양이의 옆태를 관찰할 수 있는 자리도, 동그랗게 식빵을 구운 등허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하늘 자리도 좋아요.
혹시 아침저녁으로 찬 기운이 올라올까 싶어 바닥에 깔아놓은 수건이 2장이 되니, 굳이 도톰한 부분으로
옮겨앉아 식빵을 굽는 스밀라입니다. 하늘에서 바라보니 푸짐한 엉덩이가 꽤나 묵직해 보이지만
실은 다 '털'입니다.
인기척을 느낀 스밀라가 안테나 수염을 하늘로 치켜올리며 저를 힐끗 바라봅니다.
"응?" 하는 표정을 지어보입니다. 고양이의 수염은 그냥 늘어져있기만 한 게 아니라
관심이 가는 것을 향해 적극적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수염만 잘 관찰하고 있어도 고양이의 흥미도를
파악할 수 있습니다. 스밀라는 수염의 미세한 움직임으로 공기를 더듬으면서
바람의 흐름과, 냄새의 출처를 간파합니다.
냄새에 집중하는 모습이 귀엽습니다.
평일에는 아침 출근 전에 잠깐, 그리고 퇴근해서 몇십 분 정도, 놀아주려 가까이 가 보면
이렇게 베란다 한쪽을 지키고 있는 스밀라. 이사하는 날이 11월 초로 확정되면서
이제 이 모습을 볼 날도 그리 오래 남지 않았습니다. 새로 이사한 집에서 스밀라는
어떻게 집안 구석구석을 접수해나갈지 궁금해지는 하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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