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이 많이 서늘해지면서 가을색이 완연해졌다고는 하지만
종일 내리쬔 햇빛의 온기가 쌓이고 쌓이다 보면, 길고양이 한 마리의 몸 정도
노골노골하게 만들기에는 부족함이 없습니다.
늘어지고 일그러진 바퀴 그림자 사이에 갇혀버린 점박이는
마치 키리코의 그림 속에서 길을 잃고 망연히 서 있는 것 같습니다.
열기에 녹아 쭉쭉 늘어나는 엿가락처럼, 길쭉해진 고양이 그림자가 얼굴을 내미는
늦은 오후에는, 아직 어린 고양이도 거묘로 만들어주는 힘이 있습니다.
그림자 속 고양이 친구에게 고양이 냄새가 날 리는 없건만
킁킁, 벽 속의 고양이 그림자 냄새를 맡아보기도 하고요.
고양이 반상회라도 열 모양입니다.
늘어지는 고양이 그림자가 어울리는 늦은 오후, ‘고양이 시간’이라 불러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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