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를 이틀 앞두고 거실에 미리 싸둔 짐을 내놓았더니 집안 분위기도 어수선해졌습니다.
스밀라도 편히 쉴 곳이 마땅치 않았는지 이리저리 옮겨다니다, 제 방 문앞에 자리를 잡습니다.
아기나 반려동물이 사는 집에는 갑자기 문 닫히지 말라고 문틈에 끼워두는 도어 스토퍼가 있는데,
스밀라가 앉아있으니 꼭 고양이 도어 스토퍼처럼 보입니다.
여기 앉으면 거실도 볼 수 있고, 고개를 돌리면 제가 앉아있는 책상 쪽도 볼 수 있어서
스밀라가 좋아하는 자리입니다. 아침에 눈을 뜨면, 스밀라가 이 자리에 앉아있다가
저를 향해 애앵 하고 울곤 했었지요.
스밀라가 매번 발로 문짝을 긁어 당기면서 문을 여는 바람에 문이 긁혀 고민했던 게
엊그제 같은데, 문짝의 빗금은 세월만큼 늘었지만 스밀라는 나이 먹지도 않고
모든 것이 그대로인 것처럼 보이네요. 그간 신부전 진단을 받고 마음고생하기도 했지만
건강하게 곁에 있어주니 더 바랄 것이 없습니다. 지난 몇 년 동안 이 방에서 스밀라와
눈맞춤하며 아침을 시작했던 시간들이 저에겐 참 소중했거든요.
스밀라에게는 첫 집. 저에게는 서울로 이사 와서 세 번째 집이었던 이곳을 곧 떠납니다.
8년 묵은 짐을 꺼내고 분류하고 버리고 하는 일이 만만치 않은데 주말에만 짬이 나니
한동안은 길고양이 만나러 가는 일도 거의 못했네요. 대신 스밀라 소식은 종종 전할 듯해요.
다음 주 수요일부터는 새로 이사한 집에서 놀고 있는 스밀라 모습 보여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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