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삿짐을 풀다 보니 '정말 치마가 한 장도 없구나' 하는 생각을 다시 하게 됩니다. 원래도 치마가 거추장스러워
교복 이후로는 잘 입지 않았지만, 길고양이를 만나러 다니면서부터는 더더욱 치마를 입지 않게 됐습니다.
길을 가다가도 길고양이를 만나기만 하면, 걸핏하면 땅바닥에 주저앉거나 눕거나 하면서 사진을 찍으니
치마란 역시 불편하지요.
이 날도 차 밑으로 기어들어가 숨는 길고양이를 찍는데, 거울처럼 반사된 차 표면에
사진 찍는 제 모습이 찍혔습니다. 사진 찍을 때는 고양이에만 관심을 쏟느라
표면에 반사된 제 모습은 눈에 들어오지 않았는데, 집에 와서 사진을 옮기면서 보니 저렇게 하고 있네요.
저조차도 평소 길고양이 사진을 찍을 때 어떤 자세인지 볼 수 없는데, 이걸 보니 재미있기도 하고
해서 올려봅니다.
길고양이가 시큰둥하게 얼굴을 돌리면, 제 얼굴도 점점 고양이 얼굴 향한 쪽을 향해 기우뚱 기웁니다.
차밑에 숨어 잘 안 보일 때면, 저도 옆으로 털썩 누워 찍기도 한답니다.
"너도 참 애쓴다..." 하는 표정으로 저를 바라보는 길고양이. 몸을 수그리고 고양이와 눈맞춤 하느라
허리가 아프고 무릎이 쑤셔도, 고양이가 저를 위협적으로 느끼지 않고 제 마음을 알아준다면,
그걸로 됐습니다.
'[고경원의 길고양이 통신] > [고양이 여행] 한국'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마릴린 먼로 닮은 애교점 길고양이 (2) | 2011.11.23 |
---|---|
'은행나무 절' 용문사에서 만난 길고양이 (4) | 2011.11.17 |
인왕산 성곽길에서 만난 길고양이 (5) | 2011.11.14 |
한쪽 스타킹 잃어버린 길고양이 (4) | 2011.11.04 |
길고양이 점박이, 빛나는 후광 (6) | 2011.11.02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