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명한 겨울하늘 아래 지붕길이 한없이 펼쳐집니다. 사람은 가지 못하고 오로지
동물들만 마음 놓고 다닐 수 있는 전용 도로입니다. 이 길 위에서 까치도 참새도
쉬다 가지만, 아무래도 지붕길을 가장 마음 편히 여기는 이들은 길고양이입니다.
아무도 가로막지 않는 길 지붕길 위로, 담양이와 일호가 뚜벅뚜벅 걸음을 옮깁니다.
잰걸음으로 앞서 가던 담양이가 일호의 느린 속도에 답답했는지, 돌연 발길을 돌려
일호 쪽으로 뚜벅뚜벅 걸어갑니다. 그도 그럴 것이, 앞서 가는 담양이는 종종걸음으로
걷는데, 일호는 지붕 위에서 이리저리 눈을 굴리며 발밑 세상을 구경하기 바빴거든요.
지붕 위에 있을 때만큼은 이 세상의 고양이의 것 같다고 생각하는지도 모릅니다.
“아, 왜 이리 늦어? 얼른 따라오라고.”
잠시 저와 눈을 마주치며 멍 때리고 있던 일호의 정신이, 담양이의 박치기 한 번에
번쩍 하고 돌아왔습니다. 이 박치기는 소싸움처럼 공격적으로 머리를 부딪치는 게 아니라,
친근감을 표현하는 고양이들의 몸짓 언어입니다. 스밀라도 제가 외출 갔다 돌아오면,
제 다리에 몇 번이고 박치기를 하곤 하거든요. 은근한 애정을 표현하는
길고양이 가족의 정겨운 모습에, 마음이 따뜻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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