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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고양이 스밀라

이불언덕을 지키는 망부석 고양이

by 야옹서가 2012. 2. 4.


설 연휴 첫날 아버지가 뇌출혈로 입원하셔서 한동안 경황이 없었습니다. 중환자실에 계시다가 다행히

일반실로 옮겼지만 아직 퇴원은 하기 힘든 상태라서 가족들이 돌아가며 24시간 간병을 하고 있습니다.

아버지가 병실에 계시는 동안 어머니와 동생이 번갈아가며 병원을 지키는지라, 제가 퇴근하고 돌아와보면
 
스밀라만 텅 빈 집을 지키고 있습니다. 이런저런 걱정에 마음이 울적해져서 현관에 서서 들어오지 않고

스밀라를 빤히 보고 있으니, 저를 맞이하러 나온 스밀라가 의아한 얼굴로 보고 있다가 꼬리로 제 다리를

툭, 툭 두 번 쳐 줍니다. 마치 꼬리로 '힘내라' 하고 격려해주는 것 같아 마음의 위안이 됩니다.   


안방에 이불보에 싸 둔 겨울 솜이불이, 할아버지를 기다리는 스밀라의 언덕이 되었습니다. 저 자리가

안방에서 가장 높은 자리이기 때문에, 스밀라는 저기 앉아서 아버지를 빤히 내려다보곤 했었습니다. 

할아버지 냄새가 묻은 잠옷을 깔고 누워, 왜 이렇게 오랫동안 방 주인이 오지 않는지 궁금해 합니다.   
 


벨 소리가 나면 눈이 번쩍 해서 돌아보지만, 앞집 사람인 걸 알고 다시 실망해서 고개를 늘어뜨리는 스밀라입니다.

눈은 감아보지만, 귀는 쫑긋 뒤로 돌린 채 얕은 고양이잠에 빠져듭니다. 할아버지 오시면 언제라도 뛰어나가

꼬리로 툭툭 인사를 할 수 있도록... 집안에 어떤 일이 생겼는지 스밀라도 아는 것만 같아 마음이 짠해옵니다.

자기도 모르게 망부석 고양이가 된 스밀라입니다.

 
아버지는 한동안 음식도 거의 못 드시고, 과거와 현재를 혼동하시는 경향이 있어 걱정했었는데 병원에서는

뇌를 다쳤으니 그럴 수 있다고 하네요. 연세가 있다 보니 가끔 넘어지시긴 했지만 중환자실까지 간 것은 처음이라

가족 모두 어쩔 줄 모르고 당황하고, 더 나빠지면 어떻게 하나 걱정도 많았지만, 조금씩 차도가 있다고 하니

그나마 안심이 됩니다. 다만 방금 소변을 보셨는데도 자꾸 다시 소변을 보고 싶다 하셔서 야간 간병을 맡은 동생이

잠을 거의 못 자는 게 걱정이네요. 신경성 빈뇨라고 하는데... 2월까지는 병원에 계시면서 뇌의 상태를

살펴야 한다고 하니, 그동안 조금씩 나아지셨으면 좋겠네요.  블로그에 글을 쓸 정신이 없어 한동안 비워두었는데,

아버지도 처음보다는 차도가 있으시니 짬나는 대로 짧게라도 소식 올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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