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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경원의 길고양이 통신]/[고양이 여행] 한국

길고양이 네로를 지키는 경복이, 후일담

by 야옹서가 2013. 4. 19.

 

 


전에 다니던
 회사 뒷골목에 살던 검둥개 경복이. 처음 만났을 때 털이 덥수룩했던 경복이는 그 후 한 차례 미용을 해서 말쑥해진 모습으로 나타났다. 처음에는 같은 골목에 사는 다른 개인가 했는데, 목에 맨 보라색 리본을 보고서야 경복이와 같은 개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덥수룩한 털에 가려져 있던 동그란 눈도 또렷하게 드러나 훨씬 더 어려보인다. 사람도 머리 모양에 따라 이미지가 달라진다는데, 동물이라고 해서 예외는 없다.

 

하지만 경복이의 평소 모습은 이런 모습. 경복이가 지켜주곤 했던 삼색 길고양이 네로도 함께 했다. 역시나 출근길 빠듯한 시간에 휴대폰으로 찍은 거라 남아있는 사진이 몇 장 없지만, 그래도 둘의 다정한 모습을 남겨두고 싶었다. 네로는 그새 새끼를 낳아 얼굴이 홀쭉해졌고, 경복이는 목에 매달았던 보라색 리본 대신 이름표가 달린 목걸이를 하고 있었다. 반려인이 없는 개로 오해를 받을 수도 있기에 이름표는 중요하다. 
 

 대문 앞에 분리수거해둔 쓰레기봉투 앞을 어슬렁거리던 네로가 비닐봉투 냄새를 킁킁 맡는다. 뭔가 음식물이라도 조금 남아있었던 모양이다. 경복이는 그런 네로를 말없이 지켜주고 있다.

 

경복이가 든든하게 지켜주는 덕분에 네로도 마음껏 골목을 활보할 수 있게 됐다.

 

새끼들을 낳아 기르고 먹이느라 젖이 불어 몸이 무거운 네로, 하지만 경복이만 곁에 있다면 뭐가 두려울까. 아침 산책을 마치고 대문 아래 드러누운 엄마 고양이 네로의 휴식이 한결 편안해 보인다.

 

그 뒤에도 대문을 지키고 있던 경복이를 따로 마주친 적은 있지만 둘이 함께 있는 순간을 포착하기는 어려웠다. 출근길에 버스 환승을 시작하면서 뒷골목 지름길로 다닐 일이 드물어지기도 했고, 회사를 그만두면서 이제 시간 내어 찾아가지 않으면 만날 수 없게 된 탓도 있다. 하지만 우리가 만나지 못하는 동안에도 경복이와 네로의 우정은 계속되리라 믿는다.

고경원의 길고양이 통신 출간 기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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