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대에 들렀다가 구석진 곳에 숨어있는 길고양이 가족을 만났다. 완전히 아깽이는 아니지만, 청소년 고양이 정도. 그전에도 고양이가 머무는 자리 근처에 밥그릇용 일회용기가 놓여 있던 걸로 보아, 아마 밥을 챙겨주는 학생이 있는 모양이다. 대학교 근처에는 길고양이에게 밥을 주는 사람들의 흔적이 종종 보인다. 고양이들이 여유롭게 앉아있는 건, 나와 녀석들 사이가 창살로 가로막혀 있기 때문. 그러니까 고양이는 내가 저희들 근처로 가까이 오지 못할 것을 알고 여유를 부리는 게다.  

 

고양이가 여유를 부린다면 내 입장에서도 아쉬울 것은 없다. 이렇게 창살을 사이에 두고 고양이 일가족과 내가 서로 눈싸움을 하는 형국이 됐다. 맨 앞에 나선 고등어무늬 고양이가 가장 대담한 듯. 나를 보고서도 피하지 않고 나무 턱에 몸을 기대고 있다. 맨 왼쪽에 있는 덩치가 조금 더 큰 고양이가 녀석들의 엄마인 듯했다.  

 

엄마 고양이는 나와 애써 눈을 맞추지 않으려 먼 곳을 보면서 가만히 식빵을 굽고 앉아 있다. 가장 소심한 고양이는 엄마 뒤 화분에 몸을 숨기고 언제든 달아날 기세로 몸을 수그리고 앉아 나를 주시하는 녀석. 세 마리 새끼고양이 중 가장 새가슴인 녀석이다.

 

휴대폰카메라의 플래시가 팡 터져서 어린 고양이들 눈빛이 레이저로 변한다. 고양이 눈에는 휘막이라는 반사판이 있는데, 여기에 빛이 닿으면 저렇게 레이저를 쏘듯 형광빛으로 반사한다. 흔히 오래된 만화나 영화에서 어두운 밤 고양이가 갑자기 눈을 번쩍 빛내면 뭔가 불길한 일이 일어날 조짐으로 묘사되거나, 혹은 고양이가 사람(혹은 괴물)로 변신하거나 하지만, 현실에서는 그런 일이 있을 수 없다. 아마 고양이에 대한 오해도 이런 데서 나온 게 아닌가 한다. 레이저 눈빛을 빛내면 왠지 무섭게 여기는 사람들이 생긴 것도... 그러나 레이저 눈빛도 고양이를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그저 귀엽게만 보일 뿐이고.

 

외대에서 볼일을 보고 돌아나오던 길에 다시 한 번 고양이 있던 자리로 가보니, 아까 맨 앞에 있던 대담한 녀석 하나가 철창 밖으로 나와 있다가 나를 돌아본다. 가로등에서 떨어진 노란 불빛이 고양이 바로 앞에 툭 떨어져 무대 조명 같다. 고양이는 그 빛을 약간 비껴 앉아 철기둥에 몸을 기대고 있다. 아까도 고양이들을 귀찮게 했는데 이번에 또 가까이 가면, 잘 쉬고 있던 고양이의 휴식을 망칠 것 같아 그냥 먼 곳에서 눈인사만 하고 돌아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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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22일 오전 9시까지)

 

  1. BlogIcon 괭인
    2013.04.20 17:53

    커다란 화분 아래에 누워서 쉬고 있는 모습이 정말 그림같아요.^^
    창살이 울타리 역할을 제대로 하는지 아이들이 편안해보이네요. 물론 막내처럼 보이는 녀석은 콩닥콩닥하고 있지만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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