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담 위에서 놀던 길고양이 한 쌍이 드럼통 앞에 문득 멈춰선다. 드럼통 안에 뭔가 맛있는 냄새라도 났던 것일까?
돌담을 떠나지 않고 배회하는 뒷모습이 심상치 않다. 금세라도 드럼통을 향해 뛰어들 기세다.
올블랙 고양이가 먼저 정탐을 한 뒤에, 돌담 아래로 뛰어내린 채 대기하고 있는 고등어무늬 고양이를 부른다.
"어이, 이것 좀 봐. 여기 괜찮은 게 있다고" 하는 표정이다.
먼저 드럼통 안을 엿보기는 했지만, 올블랙 고양이는 제가 먼저 드럼통 속으로 뛰어들지는 않고,
고등어무늬를 선발대로 앞세워 들여보낸다. 기웃기웃하던 고등어녀석이 별 탈 없이 나오는 걸로 보아 안전한 듯.
쩝쩝 입맛을 다시는 걸 보면 드럼통에 담아 태우려고 남은 음식물쓰레기라도 있는 듯하고.
안전이 확보되고 나서 그제야 올블랙 고양이도 드럼통 안으로 뛰어들 자세를 취한다. 도대체 저 안에 뭐가 있기에
고양이들이 돌아가며 뛰어드는지 궁금하지만 내가 서 있는 텃밭은 돌담보다 한참 아래쪽이라 위쪽을 살펴볼 상황이 못된다.
사람이 다가서지 못할 것을 알고 있는 고양이도 서두르지 않고 "폴짝~" 여유롭게 드럼통 안으로 뛰어들 자세를 잡는다.
드럼통에 뛰어드는 검은 고양이의 뒷모습을 지켜보는 동안 어렸을 때 읽었던 '화수분' 설화가 떠올랐다.
뭐든 항아리 속에 넣기만 하면 새끼를 치듯 하염없이 나온다는 화수분.
드럼통 속에 그런 화수분 같은 밥그릇 하나 있어서, 고양이들이 양껏 먹고 배를 두드리며 나오는 상상을 해 본다.
물론 화수분에 고양이가 퐁당 빠져버리면 곤란해지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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