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색 곰 캐릭터인 리락쿠마 캐릭터로 장식한 경차가 귀여워서 가까이 가 본다. 리락쿠마 캐릭터를 좋아하는 차주여서 그런지 차 색깔도 갈색 곰에 어울리는 금빛이다. 보통 별로 신경쓰지 않는 번호판 조임나사 부분에도 리락쿠마와 코리락쿠마 캐릭터를 붙여놓은 모습이 재미있다. 내가 자동차를 사거나 운전하는 일은 없을거라 차 색깔에 대한 고민은 해본 적 없지만, 만약 좋아하는 색깔의 경차를 고르라면 밝은 옥색이 좋을 것 같다.
보통 경차는 밝고 경쾌한 색감을 선택하는 게 대부분인데, 주차장에 있는 경차를 둘러보면 검은색도 적잖게 눈에 띈다. 생각해보니 한국에서는 검은색 경차를 거의 보지 못한 것 같다. 아무래도 경차를 즐겨 타는 젊은층이 좋아하는 차 색깔은 아니니까. 리락쿠마 경차를 구경하느라 한눈 파는 동안, 주차장에는 고동색 점박이 고양이 한 마리가 나타났다. 주차장에 자그만 자갈들을 깔아 놓아, 사뿐사뿐한 고양이 발로도 걸을 때마다 자갈 소리가 사박사박 들려온다.
고양이는 혼자 산책을 다니다가 집으로 돌아가지만, 개는 대개 반려인과 함께 산책한다. 한가롭게 산책 중이던 고양이도 갑작스런 개의 등장에 얼음이 되었다. 목줄이 있으니 갑자기 고양이를 쫓아 튀어나가지는 못할 테지만, 그래도 겁이 나기는 한 모양이다.
개가 짖으며 위협한 것도 아니지만 고양이는 긴장한 얼굴로 먼저 자리를 비킨다. 언뜻 보기에도 고양이보다 개의 몸집이 작았고, 덩치로만 본다면 한번쯤 대적할 마음을 먹을 법도 하건만, 쓸데없는 귀찮은 일은 피하고 보자는 게 고양이 마음이다. 아주머니도 고양이를 위협하려던 건 아니어서, 고양이에게 관심을 보이는 개를 위해 잠시 기다려주기만 했을 뿐 다시 발걸음을 옮긴다. 다행히 두 동물간의 충돌 없이 각자의 길을 가는 걸로 상황은 마무리되었다.
멀어지는 아주머니의 뒷모습을 걱정스러운 눈길로 바라보는 점박이 고양이. 개가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안심하지 않는다.
고양이는 아주머니와 개가 더이상 없는지 힐끔 상황을 보고, 다시 슬금슬금 주차장 쪽으로 나선다. 보통 엄폐물이 없는 거리에는 잘 나와 있지 않은데, 왜 그 자리를 떠나지 않는가 했더니 주차장 앞 넓은 공터에 앉아있고 싶었던 게다. 떨리던 마음을 차분히 진정시키고, 조그만 고양이 자동차나 된 것처럼 네 다리를 펼치고 앉아 사람들을 구경하기 시작한다. 몸집은 경차보다 더 작지만, 자기도 주차구역 하나는 차지하고 앉아야 되겠다는 것처럼.
《고경원의 길고양이 통신》 출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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