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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옹서가 발간도서]

[에세이] 고양이 순살탱-내가 선택한 가족(김주란, 2019. 9)

by 야옹서가 2021. 6. 1.

판형: 128×187mm | 페이지: 288| 정가: 16,500| 분야: 에세이

발행일: 2019923| ISBN: 979-11-961744-6-0

 

“눈은 둘이지만 손은 제일 많이 가는 순구, 하나뿐인 눈이 더없이 예쁜 살구,

두 눈이 없어도 명랑 쾌활한 탱구-우리는 순살탱 가족!


난치병과 싸우다 입양한 고양이 세 마리, 그리고 찾아온 기적
어렸을 때부터 “병균이 옮을 수 있으니 동물은 만지지 말아야 한다”는 교육을 받으며 자랐고, 커서는 동물을 피해 다니던 저자가 어떻게 고양이 세 마리와 살게 되고, 동네 길고양이를 위한 급식소를 열고, 다친 유기견을 입양하게 되었을까. 이 책은 난치병과 우울증에 시달리며 절망의 바닥까지 떨어졌던 한 사람에게 ‘고양이 순살탱’이 안겨준 치유의 선물로 가득하다.

출판사 서평
유근통증후군. 손에 물이나 바람이 닿기만 해도 살을 찢는 듯한 통증을 느끼고, 관절과 근육이 약해져 누워만 있어야 하는 난치병이다. 20대에 섬유근통증후군 진단을 받은 저자는 한때 언제 죽어도 미련 없는 사람처럼 살았다. 직장도 그만두고 우울증과 싸우던 시절, 유일한 낙은 SNS로 남의 집 고양이들을 구경하는 일뿐이었다. 고양이가 주는 평안에 대해 말하는 글과 사진을 보며 저자는 생각한다. ‘정말 고양이를 키우면 저럴까?

‘고알못’ 시절, 충동적으로 입양한 첫째 순구
막연히 생각하던 고양이가 있는 삶은 뜻밖의 계기로 실현됐다. 20153, 우연히 들른 펫숍에서 스코티시폴드 새끼 고양이를 충동적으로 데려온 것이다. 구석에 웅크리고 있던 작은 고양이가 안쓰러워 발이 떨어지지 않았다. 펫숍에서는 ‘곧 지워질 작은 얼룩’이 앞발에 있으니 10만 원 깎아주겠다 했고, 마음이 흔들린 저자는 아무 준비도 없이 고양이를 데려온다. 새끼 고양이에겐 순구라는 이름을 지어 주었다.

하지만 순구는 첫날부터 많이 아팠고, 펫숍에선 데려오면 환불해주겠노라 했다. 그때 저자는 처음으로 ‘돈 주고 생명을 거래하는 일’의 비정함을 깨달았다. 펫숍 동물들은 잘 관리되고 건강할 줄 알았지만, 현실은 아니었다. 진찰 결과 순구는 허피스와 칼리시, 링웜까지 앓고 있었다. 게다가 스코티시폴드끼리 교배했을 때 드러나는 유전적 결함도 의심됐다.

고알못(고양이를 알지 못하는 사람)이었던 저자는, 준비 없이 반려동물을 입양한 사람들이 겪는 시행착오를 고스란히 밟아가며 고양이에 대해 배워간다. 막연히 즐거울 줄만 알았던 고양이 양육에 따르는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고, 왜 동물단체에서 ‘사지 말고 입양하라’고 권하는지, 귀여운 모습을 얻기 위해 동종교배한 고양이가 어떤 일을 겪는지, 고양이 산책은 왜 시키지 말아야 하는지, 중성화 수술을 왜 시켜야 하는지 뒤늦게 깨닫는다. 그리고 결심한다. 언젠가 둘째를 입양한다면 보호소에서 데려오기로.

한쪽 눈이 없어도 사랑스러운 고양이, 둘째 살구
그 순간은 의외로 빨리 찾아왔다. 순구를 입양한 해 여름, 박스에 담겨 길에 버려졌다 두 달째 입양되지 않고 있던 고양이 ‘도키’를 본 것이다. 둘째로는 어린 암컷 고양이를 염두에 두고 있었지만, 도키의 사연을 듣자 저자는 예정에 없던 성묘 입양을 하게 되었다. 한쪽 눈만 남았지만 고양이는 더없이 사랑스러웠고, 이름처럼 살가운 고양이가 되라는 뜻에서 살구라는 이름을 붙여주었다.
집에 온 첫날, 살구는 예상외로 금방 적응했다. 문제는 순구였다. 순구가 가장 좋아하는 창가 자리를 살구가 차지하자, 순구는 패닉에 빠졌다. 다음날부터 스트레스로 설사를 시작하더니, 겨우 완치됐던 결막염과 링웜도 재발했다.
고양이는 사람처럼 모든 구석이 다 다른 생명체였다. 합사를 통해 경험했듯 성격 또한 다 달랐다. 살구를 만나지 않았더라면, 저자는 모든 고양이가 순구처럼 청소기도 무서워하지 않고, 아무거나 잘 먹으며, 낯선 사람도 가리지 않는 동물이라 여기고 살았을지 모른다. 순구와 살구를 함께 키우며 저자는 생명의 다양성을 배워간다.

두 눈이 안 보이지만 유일하게 벌레도 잡아주는, 셋째 탱구
2017년 가을 어느 날, 저자는 선천적으로 안구가 생성되지 않아 두 눈이 안 보이는 고양이를 임시보호하게 된다. 처음엔 임보만 할 계획이었지만, ‘살구를 키우면서 시각장애 고양이에 익숙해진 내가 키우는 게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결국 입양을 결심한다. 강아지 같은 성격의 임보 고양이에겐 ‘댕댕이’라는 신조어에서 따온 탱구라는 이름을 지어 주었다.
앞이 보이지 않지만 탱구는 발달한 청각과 후각, 예민한 수염으로 사람과 장애물의 위치, 장난감의 움직임, 화장실과 사료 위치를 단번에 파악해 어려움 없이 사용했다. 오히려 큰형 순구보다 여러모로 뛰어난 구석이 많았다. 장난감에 대한 반응 속도는 오히려 순구보다 빨랐다. 살구와 탱구를 키우며 저자는 깨닫는다. 사람의 눈으로 보면 불편해 보이는 장애가 있어도, 이를 받아줄 가족만 있다면 고양이의 행복에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는 걸.

마음의 빛이자 삶의 의지가 된 고양이들
고양이는 만병통치약이 아니다. 오히려 고양이를 키우면서 더 많은 걱정과 경제적 어려움에 직면할 수도 있다. 그러나 저자는 살면서 고양이에게서 세상 무엇보다 큰 위로를 받았다고 고백한다. 강압적인 아버지와 살며 얻은 우울감, 난치병인 섬유근통증후군과 싸우며 지친 마음은 한때 어둠으로 가득했다. 때때로 트라우마에 힘들지만, 저자는 고양이들이 있기에 하루를 살아갈 힘을 얻었다. 첫 고양이 순구가 어두운 마음을 비추는 빛이 되어 주었고, 그 빛이 세상 모든 고양이의 삶에 눈뜨게 했다. 순구와의 행복한 기억 덕분에 살구와 탱구를 가족으로 맞이할 용기도 생겼다. 동네 길고양이에게 밥을 챙겨주고, 뒷다리를 다친 유기견을 임보하다 결국 막내로 맞이하기까지 한다.

몸과 마음이 아픈 이들을 다독이는, 나지막하고 따스한 고백
고양이와 살기 전까지 저자는 입양 뒤에 얼마나 큰 책임감이 따르는지 몰랐다. 자신과 같은 사람이 여전히 있을 것이기에, ‘준비되지 않은 집사’가 좌충우돌했던 부끄러운 경험을 솔직히 털어놓았다. 고양이가 주는 행복에만 마음을 빼앗겨 선뜻 입양을 결정하기보다, 생명을 돌보고 키우는 일의 어려움을 알고 신중하게 결심해주었으면 하는 마음에서다. 고양이로 인해 성장하고 치유를 경험한 저자의 목소리는 나지막하지만 강한 울림이 있다.

특히 장애가 있거나 몸이 아파서, 혹은 이미 다 컸다는 이유로 입양 가기 힘든 성묘와 가족이 되고자 할 때 겪은 어려움과 행복을 함께 이야기함으로써, 같은 상황에 있는 사람들에게 용기와 힘을 주고자 했다. 구조되어 보호소에서 지내다 성묘 입양을 통해 가족이 되었지만, 다 컸어도 여전히 귀엽고 사랑스러운 살구와 탱구의 사례를 통해 꼭 어린 고양이를 입양해야만 행복할 거라는 선입견이 줄어들기를, 저자는 바란다.

저자 : 김주란
영국 유학 시절부터 혼자 열여덟 번 이사를 다니며 ‘내 집’에 대한 갈망과 정착에 대한 소망이 커졌다. 경영학을 전공하고 귀국 후 엔터테인먼트 회사에서 프로모션 업무를 했지만, 소모적인 직장생활에 지쳐 퇴사했다. 프리랜서를 꿈꾸던 무렵 난치병인 섬유근통증후군 진단을 받았고, 제주로 1년간 요양 와서 영어를 가르치며 지냈다. 몸과 마음을 치유해 준 제주에 정착하기로 결심한 뒤 ‘그리니제주’라는 이름의 민박도 시작했다. 고양이 순살탱과 작년에 남편이 된 섭이, 최근 구조한 유기견 산방구까지 여섯 식구가 살 집을 꿈꾸며 직접 설계도를 그리고 있다.
저자 SNS: www.instagram.com/soongu_salg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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