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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고양이 스밀라

중성화 수술

by 야옹서가 2007. 3. 6.

지난 주 토요일 오후 스밀라의 중성화 수술을 했다. 작년 여름 길에서 발견되었을 때 스밀라는 이미 두 살이었는데도 불구하고 중성화 수술을 받지 않은 상태였다. 함께 살기로 결정하고서도 한동안 중성화 수술을 해주지 못한 건, 스밀라도 암고양이로 태어난 이상 한번쯤은 새끼를 낳아봐야 하지 않을까 싶어서였다. 스밀라를 꼭 닮은 새끼들을 보면서 어린 시절의 스밀라를 상상해보고도 싶었다. 하지만 태어난 새끼들을 모두 끝까지 책임질 수 없다면, 대책없이 새끼를 낳게 하는 것도 무책임한 일이다. 언젠가 수술을 할 거라면, 한 살이라도 젊어서 회복력이 빠를 때 해주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다.

 

중성화 수술 전에는 10시간 동안 금식을 시킨다. 수술 자체는 20~30분 내외로 그리 오래 걸리지 않는다. 하지만 먼저 고양이의 건강이 수술을 견딜만한 상태인지 알기 위해 혈액검사를 해야 한다. 수술 전 금식으로 체내 수분이 부족한 상태에서 수술할 경우 급성 신부전증이 올 수도 있다고 해서, 수액을 맞으며 기다렸다.

 

중성화 수술은 배 부분의 털을 밀고, 수술 부위를 1~2cm 정도 절개해 끝이 둥그런 갈고리 모양 도구로 자궁과 난소를 끌어내어 제거하면 끝난다. 절개 부위는 녹는 실로 봉합하는데, 의료용 테이프를 일주일 정도 붙여두었다가 떼면 상처가 벌어지지 않고 아문다고 한다. 수술이 끝나면 마취가 풀릴 때까지 수액을 맞으며 진료실에서 기다린다. 이 모든 과정이 끝나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약 2시간 정도다. 

 

마취가 깨지 않은 상태로 진료실 밖으로 나온 스밀라를 보니, 얼굴이 눈물에 젖어 축축하다. 수술을 받는 동안 오줌을 쌌는지, 몸 아래 깔아둔 방수 패드가 축축하게 젖었다. 혓바닥도 앞니 사이로 힘없이 삐져나와 있다. 꼭 죽은 것처럼. 마취가 풀리면 깨어나기는 하겠지만, 의식 없는 스밀라를 보고 마음이 무거웠다. 비교적 간단하다고는 하지만 중성화 수술도 수술이니까. 그리고 몸의 일부를 잘라낸 것이니 말이다.

 

스밀라는 병원 문을 닫을 시간이 다 되어서야 간신히 눈을 깜빡이면서 일어났다. 비틀거리며 케이지에 들어가기는 하는데 다리에 힘이 없어서 턱을 넘지 못했다. 집에 돌아와서 케이지 문을 열자마자 비틀비틀 모래 화장실로 들어가서 참았던 오줌을 누더니, 라탄 바구니 둥지로 들어가려다가 앞다리만 들어가고 뒷다리는 넣지 못하는 상태로 얼어붙은 듯 서 있었다. 마취가 안 풀려서 몸이 말을 듣지 않는 모양이다. 보다못해 뒷다리를 붙잡고 안으로 넣어주니, 몸을 둥글게 말고 누워 있다. 책꽂이를 오르락내리락거리면 꿰맨 부분이  뜯어질까 싶어 베란다방 쪽으로 나가지 못하게끔 문을 닫았다.

 

스밀라가 수술을 받는 동안 프리젠테이션 자료에서 본, Y자형 창자 같은 고양이의 자궁이 자꾸 떠올랐다. 중성화 수술을 하지 않았다면, 언젠가 그 속에서 스밀라를 닮은 새끼 고양이들이 자라났을테지. 그런 생각을 하면 가슴 한 구석이 먹먹해진다. 수술한 첫날은 몇 번 토할지 모른다고 병원에서 그랬는데, 수술한 다음날 새벽에 헤어볼을 토하고,  오늘 새벽에 또 한 번, 털이 조금 섞인 맑은 위액을 토해냈다. 이것 역시 삼킨 털 때문에 그런 게 아닐까 싶다. 스밀라의 빠른 회복을 빌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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