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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화의 복권 VS 설치·영상미술의 도전-2001한국미술

by 야옹서가 2001. 12. 13.

Dec 13. 2001
| 해마다 이맘때면 한해를 결산하는 전시들이 대거 열린다. 그 중에서도 성곡미술관 개관 6주년을 기념해 2002년 1월 31일까지 열리는 ‘2001년 한국미술의 눈’전과, 2002년 1월 27일까지 호암갤러리에서 열리는 ‘아트스펙트럼 2001’전은 한국미술의 현 상황을 반영하면서 여러모로 비교할 점이 많아 눈길을 끈다.

이 두 전시의 참여작가 선정에는 성곡미술관의 경우 외부 큐레이터와 미술평론가 9명이, 호암갤러리는 삼성미술관 소속큐레이터 9명이 참여했다. 30∼40대 작가 1명씩을 선정한 이번 전시는 유망한 작가를 부각시키고 한국미술의 미래를 진단한다는 목적은 같지만, 참여작가의 장르배분 면에서는 큰 차이를 보인다. 이런 차이는 전통적 미술 장르 안에서 새로운 해석을 시도할지, 아니면 영상·설치미술 등 감각적이고 입체적인 경험이 가능한 장르로 눈을 돌려야 할 지에 대한 미술계의 해묵은 고민을 반영하는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통적 미술 장르와 떠오르는 영상·설치미술의 한판승부
먼저 성곡미술관 이원일 수석큐레이터가 기획한 ‘2001년 한국미술의 눈’전은 미술비평문화의 활성화와 회화의 복권에 초점을 맞췄다. 디지털 미디어 환경이 생활화되고 서구미술에 대한 정보가 실시간으로 도입되는 현실에서 변화의 움직임은 필수적이지만, 무조건적인 서구미술 동향의 수용만이 해결책은 아니라는 것이 참여작가를 추천한 큐레이터와 미술평론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참여작가를 살펴봐도 김성희·배준성·장명규·정현숙(이상 회화), 민병헌·이정진(이상 사진), 장지희·김병직(이상 영상·설치), 유대균(조각) 등 회화가 큰 비중을 차지한다. 

특히 예시한 작가들의 경향을 살펴보면 한국화의 새로운 해석(김성희), 재현에 대한 문제 제기(배준성), 빛과 색채의 탐구(정현숙) 등 회화의 본질에 대한 탐구가 두드러진다. 사진 분야에서도 최근 성행하는 합성사진이나 디지털 사진 대신 인체의 특정 부분을 극도로 확대해 마치 풍경을 연상케 하는 흑백 스트레이트 사진(민병헌)이나 창에서 바라본 듯한 서정적인 풍경을 한지에 인화(이정진)하는 등 전통적인 장르 안에서 돌파구를 찾으려는 시도가 돋보인다.

반면 삼성미술관 학예연구실장 이준씨를 필두로 한 호암갤러리의 ‘아트스펙트럼 2001’전은 최근 새로운 조형언어로 부상한 영상예술, 미디어아트, 설치미술 등을 적극적으로 수용하려는 의지가 뚜렷하다. 회화만으로는 변화하는 21세기 미술계의 흐름을 제대로 잡아낼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이런 기획의도를 뒷받침하듯 제2회 에르메스코리아상 수상자 김범을 비롯해 김종구, 오인환, 유현미, 홍수자 등 설치미술가만 5명이고, 박화영, 조승호(이상 영상) 등을 포함하면 영상·설치미술작가가 대부분이다. 이색적인 배경 앞에 가부좌한 나체상을 촬영한 김아타의 ‘뮤지엄 프로젝트’(사진), 아톰과 미키마우스를 혼성교배한 이동기의 아토마우스 연작(회화) 등 타 장르 작가들의 작품도 개념적이고 실험적인 경향이 짙다.

미술비평과 작가 양성 중시한 기획 돋보여
이들이 다루는 주제도 꿈과 무의식의 세계(유현미), 상상력을 바탕으로 인간과 사물이 융합된 변신체(김범), 게이로서의 성 정체성(오인환), 상처와 슬픔을 치유하고 안식을 꿈꾸는 여성(홍수자) 등 최근 서구미술계에서 이슈로 떠오르는 민감한 주제와 무관하지 않다. 이는 ‘국제적인 성장가능성이 있는 작가’라는 삼성미술관 큐레이터들의 선정기준과도 부합된다.

이번 전시를 계기로 성곡미술관은 매년, 호암갤러리는 격년제로 기획전을 정례화할 예정이다. 자극적인 제목으로 시선을 끄는 주제기획전이 유행처럼 번지는 상황에서 미술비평과 작가 양성이라는 전시기획 본연의 목적을 중시한 이들 기획전의 귀추가 주목된다. 성곡미술관 관람료는 일반 2천원, 학생 1천원이며, 호암갤러리 관람료는 일반 4천원, 초·중·고생 2천원이다. 또한 호암갤러리 입장권으로는 로댕갤러리에서 2002년 2월 24일까지 열리는 ‘현대조각과 인체’전을 함께 감상할 수 있다. 문의전화 성곡미술관 02-737-7650, 호암갤러리 02-771-23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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