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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제품 | 전시 | 공연

1960년대 말 김환기의 실험적 시도

by 야옹서가 2002. 1. 24.

 Jan. 24. 2002
| 종로구 부암동 환기미술관 본관 1, 3층에서 ‘김환기 타피스트리와 유화 대작전’이 개최된다. 1월 8일부터 2월 17일까지 열리는 본 전시에서는 김환기가 1960년대 후반에 제작한 ‘29-Ⅲ-69#’(1969), ‘5-Ⅷ-67#’(1967)를 비롯한 유화 9점 및 파피에 마쉐 2점, 타피스트리 2점을 선보인다.

김환기의 그림은 대개 두 가지 형식으로 대중에게 인지됐다. 하나는 달, 산, 백자, 구름, 매화 등 서정적이고 자연친화적인 도상들이 등장하는 1960년대까지의 작품들이고, 다른 하나는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와 같은 점묘추상회화다. 이번에 소개된 작품들은 1960년대 후반 기하학적 추상을 거쳐 1970년대 점묘추상으로 이행하는 과도기에 제작된 것으로, 화면구성의 다양한 변주와 재료의 변화 등 작가의 실험정신을 읽을 수 있어 뜻깊다.

기하학적 추상에서 점묘추상으로 향하는 과도기 
3층에 전시된 9점의 유화는 김환기가 1963년 50세의 나이로 뉴욕에 건너가 1974년 작고할 때까지 11년 간의 ‘뉴욕시대’ 중기에 제작됐다. 색면과 색띠를 이용한 구도, 타원이 중심을 향해 밀집되는 십자구도, 전면점화를 예고하는 불규칙한 점적 요소의 등장 등 각각의 작품마다 화면구성이 다채롭다. 채색 방법은 불투명 채색이 주류를 이루지만, 기름에 묽게 타 투명하게 만든 물감을 사용해 번짐 기법을 사용한 작품도 띈다. 이와 같은 변화는 하늘에 촘촘히 박힌 수많은 별이나 도시의 야경을 연상시키는 1970년대 전면점묘회화를 예고하는 것이었다.

김환기의 작품이라면 평면회화만을 생각하기 쉽지만, 그는 1960년대 말 집중적으로 파피에 마쉐(Papier-Mache)를 제작하기도 했다. 파피에 마쉐는 물에 불려 걸쭉하게 이긴 종이에 아교, 수지, 호분 등을 섞어 젖어있는 동안 다양한 형태를 만드는 기법이다. 본 전시 소개된 파피에 마쉐 2점의 단아하면서도 소박한 형태는 김환기가 애착을 갖고 자주 그렸던 도자기가 입체적인 형상을 얻어 현실세계로 걸어나온 듯하다. 그릇 형태 위에 컴포지션 또는 점묘 등의 방식으로 채색된 표면은 그의 화폭이 오브제 위로 연장된 모습을 보여준다.

타피스트리, 파피에 마쉐 등 다양한 기법 선보여 
한편 김환기가 제작한 과슈 2점을 바탕으로 김향안 여사가 1990년 프랑스 고블랭 제작소에 제작 의뢰한 타피스트리 2점도 선보였다. 이 작품은 1992년 11월 환기미술관 개관에 맞춰 제작된 것이다. 자유로운 드로잉, 색과 색의 섞임을 씨실과 날실의 짜임만으로도 탁월하게 재현해낸 타피스트리는 마치 손으로 그린 듯 대가의 작품을 더욱 돋보이게 한다.
이번 전시를 통해 관람객들은 기존의 평면 회화 외에도 다양한 매체로 해석된 김환기의 작품세계를 보다 폭넓은 각도에서 관찰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환기미술관 학예연구원 김홍대씨는 “2002년 2월 ‘이 달의 문화인물’로 김환기가 선정됨에 따라 오는 2월 말경 이를 기념하는 기획전이 열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본 전시의 개관시간은 오전 10시∼오후 6시, 매주 월요일은 휴관한다. 2층의 상설전시관에서는 1970년대에 제작된 점묘추상회화 대작들을 감상할 수 있다. 관람료는 일반 2천원, 학생 1천원. 인사아트센터에서 매시 10분에 발차하는 미술관 셔틀버스(요금 1천원)를 타면 방문이 편리하며 관람료도 5백원 할인된다. 문의전화 02-3217-0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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