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b. 01. 2002 | 인사동 통인화랑에서 1월 30일부터 2월 5일까지 일본인형작가 코보리 카오루의 ‘보고 안고 갈아 입히고’전이 열린다. 일본 비스크 인형(Bisque Doll) 협회 회원인 작가는 도자기와 헝겊 등 다양한 재료로 만든 창작인형을 선보인다. 한복을 입은 인형이 주를 이루지만 일본의 전통복식을 갖춘 인형도 함께 전시돼 양국의 복식문화를 비교할 수 있다.
코보리 카오루는 현재 한국에 거주하는 창작인형작가로, 한복 고유의 아름다움에 매료되면서 한국인형을 만들기 시작했다. 머리에 쓰는 아얌, 가슴에 드리운 매듭노리개, 알록달록 색동저고리 등 전시된 인형이 입고 있는 옷은 모두 작가가 직접 바느질을 해서 만든 것이다. 한국적인 색감을 제대로 구현하기 위해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천연염색을 공부한다는 작가의 말을 뒷받침하듯 원색적이면서도 눈에 거슬리지 않는 다채로운 빛깔이 조화롭다.
툭툭한 천으로 만든 헝겊인형의 소박한 매력도 돋보이지만, 본 전시의 백미는 비스크 인형이다. 뽀얗고 윤기 있는 얼굴, 발그스레한 뺨, 손으로 살짝 누르면 토실토실한 살이 폭 들어갈 듯 생동감 있는 이 인형은 19세기 유럽에서 유행한 비스크인형 제작기법을 도입했다. 45센티미터 가량의 키에 도자기로 얼굴, 손, 팔을 만들고 솜을 입힌 원단으로 몸통을 만든 비스크인형은 앉히거나 세우는 등 동작의 변화가 쉽고 손때가 묻어도 쉽게 닦을 수 있어 편리하다.
특히 비스크인형의 생명이라 할 만큼 중요한 눈동자는 도자기로 구워낸 얼굴의 안구 부분에 유리로 만든 모조안구를 삽입했다. 빛을 반사하면서 물기를 머금은 듯 반짝이는 눈동자는 인형을 마치 살아있는 듯한 존재로 착각하게 할 만큼 매혹적이다. 그 눈은 무심한 듯 허공을 바라보기도, 관람객을 빤히 바라보기도 하면서 말없이 주변의 사물과 교감한다.
시인 고은이 코보리 카오루의 전시를 축하하며 보낸 헌시는 작가가 제작한 인형 속에 함축된 정한과 고즈넉한 정서를 함축해 보여준다.
사람이 잃어버린 고향을
이 아기사람들 아프게 아프게 지니고 있어요
고려의 복순이, 참만이
여기 해질녘 가난한 세월의 행복 지니고 있어요
밤 지새워
한 땀 한 땀 지으신 고된 정성이시여
섬뜩 아름다움이시여
이리도 고려의 넋 고스란히 꽃피워
떠도는 거리의 눈 서러울 줄이야
오! 향기 가득히 카오루 여사의 아기사람들이시여
코보리 카오루는 “비스크 인형의 장점은 인형의 얼굴이 더러워지거나 때가 묻을 때 닦아서 깨끗하게 유지할 수 있다는 점”이라며 “유리상자에 넣어 보관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은 사람과 인형을 보다 더 가깝게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본 전시가 열리는 통인화랑의 개관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7시까지이며 관람료는 없다. 사진촬영은 불가능하며, 전시된 인형은 현장에서 구입 가능하다. 자세한 문의는 02-735-90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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