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리뷰-제품 | 전시 | 공연

솔 르윗, 곡선의 미학에 풍덩 빠지다

by 야옹서가 2002. 5. 3.

 May 03. 2002
| 미니멀리즘과 개념미술의 대가 솔 르윗을 기억하는 사람들이라면, 5월 26일까지 청담동 줄리아나 갤러리에서 열리는 솔 르윗 근작전을 보고 고개를 갸웃할지도 모른다. 1990년대 이후 최근까지 10여 년 간 제작된 솔 르윗의 조각, 드로잉, 판화 등 전시된 25점의 작품 속에서 그의 트레이드마크가 되다시피 한 격자 모양 조형물이 자취를 감춘 탓이다. 특히 현란한 원색이 꿈틀거리는 부정형 조각 ‘Splotch’의 등장은 파격적이다.

미니멀리즘과 개념미술의 대가 솔 르윗의 현재
이같은 변화가 이색적인 것은 솔 르윗이 기하학적 도형과 직선적 요소를 선호했기 때문이다. 창작활동에서 개념의 중요성을 강조했던 솔 르윗은 추상표현주의 시대에 작가의 아우라를 형성했던 마띠에르 중심의 조형언어를 배격해왔다. 공산품을 연상시키는 몰개성적 재료를 사용한 격자 구조물 작업, 작업 지시문만 본인이 직접 제작하고 실제 작품은 조수가 그리는 벽화작업 등은 개념미술적인 솔 르윗 작품성향의 단적인 예다.

이처럼 엄격하게 계산된 기하학적 형상과 제한된 색채로 표현됐던 솔 르윗의 작품세계가 뚜렷한 변화의 움직임을 보인 것은 1990년대부터다. 그 중에서도 2001년 휘트니 뮤지엄 회고전에서 첫선을 보인 후 이번 전시에도 소개된 ‘Splotch’조각 연작은 자유로운 형상과 색채에 매료된 솔 르윗의 변화를 극적으로 보여준다.

원색적인 물감이 여러 개의 페인트 통에서 막 쏟아져 내리는 순간을 포착한 듯 유동적인 형태의 이 조각은 얼룩을 의미하는 작품 제목처럼 빨간색, 주황색, 노란색, 파란색, 연두색 등의 강렬한 색상이 자유곡선적인 표면을 타고 흐르면서 금방이라도 꿈틀거릴 듯 작품에 생기를 불어넣는다.

엄격한 기하학적 형상에서 유동적 형상과 원색의 향연으로
미술평론가 게리 게럴스는 솔 르윗의 인터뷰 기사를 인용하면서 그가 작품의 전환점을 맞은 계기에 대해 밝히고 있다. 오랜 시간동안 추구해온 작품세계가 일종의 속박으로 여겨질 무렵, 우연히 도입한 곡선적 요소와 경쾌한 채색이 노작가 솔 르윗에게 또 다른 가능성을 열어 보였음을 짐작할 수 있는 부분이다.

“링컨 센터에 쓸 포스터를 제작해 달라는 의뢰를 받은 적이 있었다. 나는 한번 전적으로 다른 걸 하기로 결정했다. 그건 속박에서 벗어나 시도할 수 있는 별난 작업이라고 느꼈던 것 같다. 나는 예전에 했던 것과는 완전히 다르게 곡선과 밝은 색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한 번은 다른 식으로 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을 했었다……바로 그게 지금 내가 하는 방식이 되었고, 새로운 사고 방식으로 자리잡았다.”

조각과 과슈 드로잉에서 곡선적 요소가 강조되는 것이 이번 전시의 특징이지만, 기하학적 도형에 대한 작가의 애착 또한 일련의 큐브 그림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밖에 색동을 연상시키는 직선적인 띠, 격자무늬 속에 배열된 원색의 입방체 등 다양한 형식으로 변주된 솔 르윗의 기하학적 도형을 관찰하는 것도 색다른 즐거움이다.

본 전시의 관람료는 일반 3천원, 학생 2천원이다. 문의전화 02-514-4266.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