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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제품 | 전시 | 공연

보고 만지고 느끼는 유쾌한 상상세계 - 브루노 무나리전

by 야옹서가 2002. 5. 10.

May 10. 2002
| 달리의 나른한 시계처럼 제멋대로 구부러진 포크, 나비의 날갯짓에서 생겨난 바람을 이용한 선풍기, 접어서 갖고 다니며 기분 내킬 때 감상할 수 있는 조각… 하나같이 기발한 이 작품들은 5월 29일까지 예술의전당 디자인미술관에서 열리는 ‘브루노 무나리’전에서 찾아볼 수 있는 풍경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그래픽 아트, 제품디자인, 어린이를 위한 그림책 등 무나리의 예술세계를 집대성한 2백50여 점의 작품을 선보인다.

가벼움의 미학 창출한 넌센스 디자인의 마술사
무나리는 1920년대 후반 미래파 작가들과 교류하며 순수미술가로 활동을 시작했지만, 디자인으로 영역을 넓혀 이탈리아 디자인사에 한 획을 그은 작가다. 디자인 현장뿐 아니라 저술 및 교육 등 다양한 영역에서 활동했던 그를 가리켜 피카소가 ‘제2의 레오나르도 다빈치’라 찬탄했을 정도. 스타일리스트에 가까운 디자이너가 되기보다 상상력의 실천과 조형적 실험에 시간을 보낸 무나리는 작품으로서의 오브제와 생활용품 사이의 간극을 자유롭게 넘나든다.

예컨대 무나리의 대표작 ‘구부러진 포크’(1958)는 인간의 손가락과 포크의 날 모양이 유사한 점에 착안해, 포크로 ‘ I love you’, ‘Peace’ 등 다양한 손짓 언어를 표현했다. 대화하면서 손짓을 이용한 제스처를 즐기는 이탈리아 사람들의 모습을 포착해 포크로 치환한 것이다. 제품의 유용성을 포기한 대신, 다른 문화권에서 통용되는 커뮤니케이션의 단면을 유머러스하게 표현한 이 작품은 상상력으로 충만한 그의 작품세계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책은 읽는 것’이라는 고정관념을 벗어 던지고, 보고 만지고 느끼는 과정을 중요시한 일련의 책 디자인도 주목할 만하다. 글자라곤 찾아볼 수 없고 다양한 모양의 알록달록한 색지로 구성된 ‘읽을 수 없는 책’(1949∼1995)은 한 장 한 장 넘길 때마다 다른 크기의 종이가 겹쳐지면서 변화하는 기하학적 추상화를 연상시킨다. 또한 나무, 부직포, 비닐, 종이 등 다양한 재질로 손바닥만한 12권의 책을 만들어 촉각적·시각적 즐거움을 제공한 ‘책과 만나기 전의 책’(1979)은 어린이 조형교육에 대한 무나리의 깊은 애정을 담고 있다.

작품과 직접 교감하는 체험적 전시 돋보여
이번 전시는 단순히 보는 것에 그치지 않고 무나리의 작품을 직접 만져볼 수 있는 코너가 마련돼 어린이들에게 교육적 효과가 높을 듯하다. ‘책과 만나기 전의 책’을 비롯한 그림책들을 직접 펼쳐보거나, 탄성고무 재질로 만들어 팔과 다리가 자유자재로 구부러지는 원숭이 인형 ‘지지’(1952)의 자세를 바꿔볼 수도 있어 흥미롭다.

본 전시의 관람료는 일반 2천원, 학생 1천원이다. 부대행사로 전시기간 중 매일 2차례(월요일 제외) 조형교육 워크샵 ‘학교 전의 학교’가 무료로 개최된다. 무나리가 1977년 밀라노 브레라 미술관에서 첫 시행한 어린이 워크샵을 본딴 ‘학교 전의 학교’는 어른과 어린이 모두 참여할 수 있으며, 예약제로 운영된다. 자세한 문의는 02-580-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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