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y 17. 2002 | 기원전 1세기경의 로마 건축가 비트루비우스는 “인체는 비례의 모범형이다. 팔과 다리를 뻗으면 완벽한 기하형태인 정방형과 원에 딱 들어맞기 때문”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처럼 정밀한 인체비례를 실물인체표본으로 확인할 수 있는 ‘인체의 신비전’이 국립서울과학관 특별전시장에서 2003년 3월 2일까지 열린다. 사후 기증된 실물 인체를 특수처리한 표본들은 그림이나 모형과는 달리 생동감이 넘친다.
역동적 자세로 살아 숨쉬는 듯한 인체표본
‘인체의 신비전’은 1997년부터 세계 11개 도시에서 8백50만 명의 관람객을 동원한 전시로, 한국전에서는 전신표본 20여 점, 장기표본 1백50여 점을 비롯해 토끼, 닭, 오리 등 동물의 혈관표본도 함께 선보인다. 인체표본들은 피부를 걷어내고 다양한 각도에서 절개해, 몸이 움직일 때 근육과 골격, 신경계가 어떤 모습을 취하는지 사방에서 관찰할 수 있게끔 했다.
경직된 자세가 대부분이었던 기존 인체표본과 달리, 이번에 전시된 표본들은 역동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날아오는 공을 향해 몸을 날리는 골키퍼, 도약하는 스키점프선수, 체조선수, 투창선수 등의 다양한 설정으로, 인체가 동적 자세를 취할 때 신체 조직은 어떤 방식으로 움직이는지 몸으로 보여준다.
예컨대 한국 월드컵 유치를 기념해 제작된 ‘위를 향한 골키퍼’는 신체를 세로로 절단함으로써 척추와 추간판을 분리해 관찰할 수 있으며, 둔부 뒤쪽에서 시작된 좌골 신경의 신경가지가 미세한 그물처럼 몸 전체로 뻗어나가는 모습까지 생생하게 볼 수 있다. 또한 인체를 슬라이스 햄처럼 83개의 단면으로 절단해 12cm 간격으로 늘어놓은 전신표본은 피부, 지방층, 내부 장기, 골격 등의 배치를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이처럼 섬세한 근육의 결, 미세한 혈관과 신경계까지 살아있을 당시의 상태로 보존할 수 있었던 것은‘플라스티네이션’ 이라는 특수보존법을 사용했기 때문이다. 시신을 영하25도의 아세톤에 담가 수분을 제거하고, 다시 실온의 아세톤과 메틸렌 클로라이드를 이용해 지방질을 제거한 신체에 폴리머 용액을 주입해 완성된 표본은 플라스틱처럼 견고해진다. 이로써 인체조직의 형태와 색채는 자연상태에 가깝게 보존된다.
질병에 걸린 장기, 자궁 내 태아 등 다양한 표본 선보여
이번 전시에서는 전신표본 뿐 아니라 뇌졸중, 척추측만증, 폐암, 간경화 등 병든 장기와 건강한 장기를 대조해 건강의 소중함을 부각시켰다. 또한 수정된 배아의 성장과정, 임신 13주∼28주에 이르는 태아의 성장단계별 모습, 자궁 속에서 자라나는 태아의 모습을 관찰할 수 있도록 복부를 절개한 임신부 등 생명의 신비를 담은 표본도 전시된다.
본 전시의 관람료는 성인 1만원, 중고생 6천원, 초등학생 5천원이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9시(입장마감 8시)까지 개관하므로, 비교적 한산한 저녁시간대에 방문하면 느긋이 관람할 수 있다. 전시기간 중 연중무휴. 부대행사로 신체를 주제로 한 ‘꽃보다 아름다운 몸’전도 열린다. 문의전화 02-741-3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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