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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제품 | 전시 | 공연

공간을 재해석하는 건축과 의상의 만남-‘바디 인 스페이스’전

by 야옹서가 2002. 5. 17.

May 17. 2002
| 인간의 몸을 가장 가까이 둘러싸고 보호하는 사물이 옷이라면, 그 인간을 다시 품어 안는 것은 건축의 몫이다. 쌈지스페이스 1∼3층에서 6월 2일까지 열리는 ‘바디 인 스페이스’전은 이렇듯 밀접한 신체와 공간의 관계를 의상과 건축이란 매개물로 풀어냈다.

이번 전시는 Shin's라는 이름의 회사를 공동창립하고 활동중인 패션디자이너 신혜리와 건축가 신형철 남매의 협동작품이다. Shin's의 의상은 바느질을 하지 않고, 빛과 외부형태가 희미하게 투과되는 스폰지 천을 가늘게 절단해 서로 붙이거나 엮는 등, 의상제작에 대한 기존의 관념을 깨뜨리는 독특한 방식으로 제작됐다. 그러나 이들 작품의 참맛은 특이한 제작방식에만 있는 게 아니다.

의상은 물질이 아닌 ‘공간’
 Shin's는 속이 빈 투명 마네킹에 이 특수의상을 입히고, 그 속으로 카메라를 통과시켜 옷의 내부를 촬영했다. 카메라가 인체의 굴곡을 더듬듯이 천천히 훑어나가고, 촬영된 영상은 각각의 옷 아래 놓인 모니터에 비춰진다.

무대의상처럼 보이는 옷의 외적 이미지와 달리 그물로 된 터널처럼, 혹은 지층처럼 이어지는 옷의 내부공간은 일상의 풍경을 마이크로렌즈로 확대했을 때만큼이나 기이한 형태를 보여준다. 인체의 내·외부공간을 가르는 기준으로 의상을 설정하고, 같은 듯 보이면서도 확연히 다른 안과 밖의 공간을 동시에 포착해 대비시킨 재치가 돋보인다.

Shin's는 이번 전시에서 의상 외에도 건축적 구조물에 가까운 인체조각을 선보인다. 골판지, 합판, 스티로폼 등 납작한 소재에 인간의 신체단면을 층마다 나눠 그린 후 도려내고, 도려낸 형상과 남은 조각은 각각 쌓아 마치 거대한 덩어리 속에서 인간 형상이 뛰쳐나온 듯 연출했다.

동작이 점유하는 부피와 시간의 궤적 담은 신체조각
특히 1층에 전시된 대형 조각작품은 앉았다 일어서는 사람의 궤적을 단계별로 포착하고 그 단면을 합판에 그려 도려낸 후 쌓은 것이다. 앉아있는 사람의 뒷모습과, 일어서서 정면을 바라보는 앞모습이 접합된 이 형상은, 얼핏 보기엔 사람이 아니라 괴물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들이 궁극적으로 보여주고자 한 것은 인체 묘사가 아니라, 한 동작에서 다른 동작으로 옮겨갈 때 인간의 움직임이 순간적으로 점유하는 공간의 부피와 시간이다. 보통은 만들고자 하는 대상의 원형을 도려내면 바깥쪽의 자투리 조각은 버리지만, 이들이 두 대상을 함께 배치하는 것은 사물의 원형과 이를 둘러싸고 있는 무형의 공간을 구체적으로 가시화하기 위해서다.

아트 액티비스트 황인씨는 이들의 작업을 가리켜 ‘신체성이라는 공통적 화두로 연결된 옷과 건축의 학제적 가로지르기’로 평가했다. 본 전시의 관람료는 무료이며, 자세한 문의는 02-3142-16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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