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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사진 1세기의 역사-‘사진과 패션모델의 변천사’전

by 야옹서가 2002. 6. 14.

 June 14. 2002
| 사진매체를 전문적으로 다뤄온 대전 한림미술관이 서울로 이전하면서 대림미술관으로 명칭을 바꿔 지난달 23일 개관했다. 프랑스 건축가인 뱅상 코르뉘, 장 폴 미당의 설계를 맡아 지상 4층, 연면적 3백66평 규모로 완공된 대림미술관은 개관 기념전으로 8월 17일까지 ‘사진과 패션모델의 변천사’전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20세기 초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1세기에 걸친 패션사진의 흐름을 조망했다. 만 레이를 비롯해 밀톤 그린, 어빙 펜, 엘렌느 콘스탄틴, 피터 린드버그, 사라 문, 앤디 워홀, 쇼지 우에다, 장 폴 구드 등 총 32명의 사진 175점과 비디오 1점이 전시된다.

패션은 시대상을 담는 그릇
‘의복은 사회적 피부’라는 말이 있듯, 패션은 당시의 시대상을 담는 그릇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불황이 닥쳤을 때 실용적인 복장이 등장하고, 여성해방사상이 확산되면서 활동성을 강조한 복장들이 유행하는 것에서도 이를 확인할 수 있다.

예컨대 1차 세계대전 직후 전장에 나간 남성을 대신해 사회로 진출한 남성화한 여성들, 이른바 ‘갸르쏭’이 걸친 양성적 이미지의 옷은 당시 사회가 필요로 했던 여성상을 반영한다. 반면 육체의 굴곡을 적나라하게 강조한 마릴린 먼로의 의상은 당시 대중문화의 우상에게 요구됐던 덕목을 증거한다.

한편 패션모델의 위상도 시대의 흐름에 따라 변화함을 관찰할 수 있다. 예컨대 만 레이의 위트 넘치는 사진작품 ‘앵그르의 바이올린’과 같이, 마치 정물사진처럼 소극적이고 정적인 자세를 유지했던 모델들은 후대에 이르러 예술사진의 완성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된다. 현대의 모델은 옷걸이와 같은 수동적 존재가 아니라, 한 장의 사진을 완결하는 적극적 구성요소로 기여한다. 

대표적인 예가 피터 린드버그가 촬영한 린다 에반젤리스타의 사진이다. 에반젤리스타가 도심 한가운데에서 훌쩍 뛰어올라 마치 공중부양을 하는 듯한 순간을 포착한 이 흑백사진은, 대중문화의 여신과 같은 그녀의 위상을 상징적으로 부각시킨다. 이는 모델의 존재감이 그 어느 시기보다 패션사진을 완성하는데 큰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보여준다.

모호해진 상업사진과 순수예술사진의 경계
이번 전시의 참가작가들은 단순히 기록으로서의 사진이 아닌 시각예술의 한 갈래로서 사진을 받아들인다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예컨대 만 레이나 배준성은 순수미술과 사진을 접목시켜 활동하며, 몽환적이고 심리적인 사진을 즐겨 찍는 사라 문은 자기 자신이 모델인 동시에 패션사진가로 활동한다. 또 다른 작가 장 폴 구드는 모델의 모습을 찍은 사진을 여러 조각으로 자르고 다시 이어 붙여 새로운 인간의 종을 탄생시키는 수단으로 이용하기도 한다.

이렇듯 현대의 패션사진은 순수예술의 영역과 많은 부분을 공유한 채 또 다른 출구를 모색한다. 사진 속에 담긴 패션의 역사를 눈으로 훑는 재미와 함께, 상업사진과 예술사진의 경계가 어떤 식으로 그려지는지 살펴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본 전시 입장료는 성인 4천원, 학생 2천원이다. 자세한 문의는 02-720-06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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