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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제품 | 전시 | 공연

정밀함과 화려함의 조우 - 일본근대미술전

by 야옹서가 2002. 11. 15.

 Nov 15. 2002 | 국립중앙박물관 기획전시실Ⅰ에서는 12월 8일까지 일본근대미술 특별전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국립중앙박물관 소장된 일본근대미술작품 198점 중 회화 및 공예품 70점을 엄선, 3차에 나누어 교체 전시한다. 1차 전시에 소개되는 작품 수는 약 30여 점으로, 남화(南畵)의 대가이면서 소정 변관식의 스승이었던 고무로 스이운, 풍속묘사에 뛰어났던 가부라키 기요카타, 일본 근대칠기공예의 일인자 마쓰다 곤로쿠 등 각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냈던 작가들의 작품 속에서 일본근대미술의 흐름을 짚어볼 수 있다.


전통화 계승과 서양화법 수용 거쳐 정립된 일본근대회화
이번 전시에 소개되는 작품들은 일본의 관전(官展)인 문부성미술전람회, 제국미술원미술전람회 등을 중심으로 출품됐던 것이 대부분이다. 전통화법 계승과 서양화법의 수용 사이에서 근대적 회화관을 정립해나간 일본근대미술사 속에서 밝고 대담한 장식성이 돋보이는 린파(琳派), 서양화법을 적극적으로 수용한 마루야마파(圓山派), 수묵 위주의 남화(南畵), 일본전통화를 현대적으로 해석한 신흥야마토에회(新興大和繪會) 등 다양한 유파들이 독자적 위상을 정립하려 한 흔적을 엿볼 수 있다. 소재별로 보면 일본의 풍속과 국수주의가 스며있는 인물화, 사실성과 장식성을 동시에 추구한 화조화, 몰선묘법(沒線描法)으로 대상을 표현하며 여백을 없애고 색채를 강조한 몽롱체의 풍경화 등으로 나뉜다.

이같은 일본의 근대회화는 한국근대미술에도 많은 영향을 미쳤음을 볼 수 있는데, 예컨대 현대에도 동양화의 소재로 즐겨 그려지는 정적인 여인상의 모티브는 미키 스이잔의 ‘꽃의 여행’(1939)에서 발견된다. 이 작품에서 화려한 문양이 새겨진 기모노를 입고 다소곳이 시선을 내리깐 채 몸단장하는 여인은 정적인 미인도의 전형을 보여준다. 이와 같은 여인상은 한국 근대미술의 형성기에서도 자주 관찰되는데, 당시 일본 관전(官展)의 중심인물이 선전(鮮展:조선미술전람회)의 심사위원이기도 한 이유로 이 같은 영향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음을 보여준다.

섬세하고 장식적인 일본공예의 진수
 회화와 더불어 섬세하고 장식적인 일본미술의 진수를 보여주는 공예품 역시 눈길을 끈다. 일본 전통공예를 육성하고자 했던 오쿠니 하쿠사이, 아르누보풍 유리공예를 도입한 미야시타 젠주, 야나기 무네요시의 민예운동과 뜻을 같이하는 도미토모 겐키치 등의 작품이 다채롭게 펼쳐진다. 흔히 알려진 마키에 기법의 칠공예 외에도 도자기, 유리, 죽, 금속 등 다양한 재료를 사용한 작품이 전시된다.

이중 일본 근대칠기공예의 일인자 마쓰다 곤로쿠가 제작한 ‘대나무 백로무늬 칠함’(1936)은 다양한 기교를 마음껏 발휘한 대표작이다. 가는 대나무를 촘촘히 엮어 함을 만들고, 옻칠한 함의 뚜껑에는 알껍질을 눌러 붙이는 난각 기법으로 백로의 깃털을 묘사했으며, 그 옆을 장식한 수초잎은 칠의 층을 돋워 입체적으로 표현하는 다카마키에(高蒔繪) 기법을 사용했다. 수초 잎에는 금속 못을 박아 넣어 이슬을 표현하는 등 섬세한 장인의 손길이 느껴진다.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함의 내부는 금박으로 화려하게 장식해 소박한 외형과 강렬한 대조를 이룬다.

이번 전시는 11월 18일을 기점으로 회화작품 전체 및 공예품 9점이 교체 전시되므로, 시간이 된다면 11월 18일 이전과 이후 2차례에 걸쳐 감상하면 좋을듯하다. 본 전시의 관람료는 25∼64세 7백원, 19∼24세 3백원, 18세 이하 무료이며, 관람시간은 오전 9시∼오후 5시까지다(입장마감 4시). 매주 월요일 휴관. 자세한 문의는 02-398-5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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