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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제품 | 전시 | 공연

인간 내면의 또다른 얼굴 - 중국탈전

by 야옹서가 2002. 11. 15.

 Nov 15. 2002 | 가면은 감추기 위한 도구일까, 드러내기 위한 도구일까. 흔히 본래의 모습을 숨긴다는 의미로 ‘가면을 쓴다’는 표현을 쓰긴 하지만, 굳이 감추기 위해서라면 오늘날 전해지는 가면의 형상에서 관찰되는 강렬한 표현력이 필요했을까 하는 의문도 생긴다. 그런 면에서 보면 ‘가면은 인간의 내면 깊이 자리잡은 본질을 극도로 응축시켜 드러낸 것’이란 가설 쪽이 더 설득력 있게 들린다.

국립민속박물관에서 12월 9일까지 열리는 ‘신의 몸짓, 인간의 표정-중국탈’전은 이처럼 ‘숨기는 동시에 드러내는’ 가면의 특징을 뚜렷이 담고 있는 전시다. 원로중문학자 김학주 씨가 평생 수집해온 중국탈 2백80여 점의 국립민속박물관 기증을 기념해 열린 본 전시에서는 중국전통연희에 이용된 탈을 비롯해 상례, 성인식 등 통과의례용 탈 등 다양한 중국탈을 선보인다. 또한 티벳박물관의 협조로 탈놀이 연희자의 복식 및 관련 악기 등도 함께 전시된다.

야수형, 야수인간융합형, 장군형, 속세형 등 다양한 탈의 형태
중국 탈은 역귀를 쫓는 무속행사인 '나'(儺)에서 사용된 가면이 오늘날의 형태로 정착했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오늘날의 중국 탈놀이를 나희(儺戱)라고 통칭하는 것도 그런 연유에서다. 전시된 중국 탈을 외형적 특성으로 분류하면 야수형, 야수인간융합형, 장군형, 속세형으로 나뉘지만, 그 속성으로 보면 크게 세 가지로 설명할 수 있다. 그중 첫 번째가 유희적 성격의 탈놀이에 썼던 것으로 서유기, 봉신연의, 삼국연의 등에서 모티브를 가져온 작품인데, 등장인물을 알아볼 수 있도록 인물의 성격이 유형화됐다. 예컨대 삼국연의에 등장하는 관우의 탈은 대추처럼 붉은 얼굴, 칠흑 같은 긴 수염, 치켜 뜬 눈으로 묘사되며, 조운은 희고 갸름한 얼굴에 발그레한 볼로 정형화됨을 볼 수 있다. 

두 번째로 역귀를 쫓는 중국 토착종교의 무속행사에서 오락적 성격이 강화된 중국 전통탈놀이의 형태로 정착한 경우인데, 무속, 유교, 불교, 도교 등의 특성이 혼합된 다원적 양상을 보이면서 인간형 외에 야수형, 야수인간융합형 등 원초적이고 강렬한 외형을 한 경우가 많다. 특히 불교의례 탈인 챰 탈은 불법을 수호하고 요괴를 물리치는 힘을 표현하여 매우 공포스럽고 기괴한 형상이다. 예컨대 시짱 자치구 홍교의 서귀졸, 남귀졸 등은 4방위를 지키는 신들인데 부릅뜬 세 개의 눈, 왕관 대신 머리에 장식한 다섯 구의 해골, 으르렁거리는 입술과 날카로운 송곳니가 무척 위협적이다.

성(聖)과 속(俗)이 교차하는 중국의 탈 문화
마지막으로 각종 통과의례에 사용되는 탈도 주목할 만하다. 연희에 사용되는 탈과 같이 입체적이고 과장된 모습보다 정적이며 평면적 형태를 취하고 있는 것이 특징으로, 죽은 이의 영혼이 날아가지 못하게 얼굴 위에 뚜껑처럼 덮어주는 영혼가면이라던가, 성년의식에 사용되는 종이 탈, 죽순껍질에 동물 피와 담뱃재 등으로 그림을 그린 장례용 가면 등이 인상깊다.

수많은 가면 중 어느 하나가 보는 이의 마음과 공명한다면, 십중팔구 그 가면이 그의 내면을 거울처럼 반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때로는 소박하게 웃음 짓고, 때로는 집어삼킬 듯 위협적인 모습으로 노려보는 가면 위에 자신의 내면상태를 비춰보는 것은 어떨까.

본 전시의 입장료는 25∼64세 7백원, 19∼24세 3백원, 18세 이하 무료이며, 입장권을 구입하면 경복궁 관람도 가능하다. 관람시간은 오전 9시∼오후 5시까지(입장마감 4시), 매주 화요일 휴관. 자세한 문의는 02-734-1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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