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v 08. 2002 | 사간동 국제화랑에서 11월 23일까지 서양화가 김홍주(58, 목원대 교수)의 11번째 개인전이 열린다. 이번 전시에는 세필로 그린 대형 꽃그림, 드로잉 등 총 20여 점이 전시되며, 꽃의 형상을 본뜬 플라스틱바구니를 이용한 설치작품도 선보인다.
1970년대 후반부터 오브제와 사실주의적 회화의 조합을 통해 현실의 재편을 탐구했던 김홍주는, 1990년대 들어 본격적으로 시작한 꽃 그림을 통해 사물의 비판적 해체에 도전해왔다. 그의 그림은 지극히 사실적이지만 한편으로는 몽환적인 추상화처럼 보이는데, 이와 같은 인상은 명암의 콘트라스트를 부드럽게 하고 형상은 안개를 한 겹 겹쳐놓은 것처럼 은은하게 묘사하는데서 온다. 이렇게 묘사된 꽃의 모호한 윤곽은 마치 인체의 특정 부분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사람인 듯, 꽃인 듯 중의적 이미지
김홍주의 그림이 관람자에게 익숙하면서도 생경하게 다가오는 것은, 현실에서는 왜소한 사물이 캔버스를 통해 거대하게 확대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시각적 충격 때문이기도 하지만, 묘사방법이 예사롭지 않고 마치 화폭에 자수를 놓는 듯한 구축적인 방법으로 제작되었기 때문이다. 실례로 김홍주의 꽃 그림은 가느다란 털 세 개로 만든 붓을 사용해 한 획 한 획 꽃잎의 결을 그려나가는, 어떻게 보면 지극히 우직하고 단순한 방법을 반복해 제작됐다. 처음 서예를 배우는 이가 획 연습에서부터 시작하듯, 미세하고 단순한 하나의 획에서 시작된 붓의 흔적은 고된 반복작업을 거쳐 화려하고 거대한 꽃의 이미지로 탄생한다.
실제로 그의 작품을 멀리서 보면 그냥 두루뭉실한 꽃의 모습이지만, 가까이 다가가면 현미경으로 곤충의 다리를 관찰했을 때처럼 솜털 하나까지 섬세한 필치로 묘사되어있는 모습에 경탄을 금치 못하게 된다. 각자 다른 모습을 갖고있으나 원의 중심으로 수렴되며 회귀하는 이미지를 지니는 그의 꽃은 화려하나 가볍지 않고, 경건한 느낌마저 준다.
꽃-원의 중심으로 회귀하는 상징적 도상
사실적인 이미지가 전반적이지만, 작가가 꽃의 형상을 빌려 중심으로 수렴되는 이미지에 다가가고 있음은 각각의 꽃 한가운데 박혀있는 꽃심의 모습을 강조하는 모습에서 다시 한번 확인된다. 별 모양 큐빅 장식이나 꽃술처럼 생긴 실뭉치를 과감하게 그림 한 가운데 장식한 그의 그림은, 그로 인해 사실화의 세계와는 다른 차원으로 진입한다.
한편 이번 전시에서는 그동안 접하기 어려웠던 설치작업도 선보여 눈길을 끈다. 전시장 한쪽 벽에 폴리스티린 재질의 꽃분홍색 바구니를 수십 개 모아 벽화처럼 붙인 것으로, 평면적 회화 속에 그려져 온 꽃의 이미지가 입체적 형상으로 재구성된다. 평범한 일상용품인 바구니가 모여 꽃의 모습으로 탄생되는 모습이 흥미롭다.
본 전시의 관람시간은 오전 10시 30분∼오후 6시까지이며 관람료는 없다. 문의전화는 02-735-8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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