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v 01. 2002 | 11월 5일까지 서교동 아티누스 갤러리에서 ‘감춤+노출(Disguise + Disclosure)’전이 열린다. 한국의 유재흥, 윤두진, 일본의 오자키 지츠야, 마쯔무라 데루야수 등 젊은 한·일 조각가 4인이 참여한 이번 전시는 하나의 주제로 묶이기보다는 작가 각자의 개성이 도드라지는 4인 4색전이다.
거칠게나마 양국 작가들의 작품 특성을 분류해본다면, 물성의 처리에서 그 차이를 찾아볼 수 있다. 한국의 유재흥과 윤두진이 매끈하게 다듬어진 표면처리를 통해 작가의 개성적인 색채를 덧붙이기를 강조했다면, 일본의 오자키 지쯔야, 마쯔무라 데루야수는 인위적으로 첨가한 사람의 손길보다 재료 본연의 자연스런 물성을 중요시한 것을 볼 수 있다.
다듬기와 버려두기-물성을 다루는 두 가지 방식
예컨대 유재흥은 마치 부드러운 헝겊처럼 자연석을 감싸고 도는 나무의 모습을 보여준다. 마치 드레이프성이 좋은 보자기처럼 자연스럽게 주름이 잡힌 나무조각의 모습은, 관람자로 하여금 단단한 나무의 물성을 잊게 만든다. 필경 오랜 시간 공들여 깎고 다듬고 사포질을 함으로써 완성되었을 나무 보자기는 자신의 내부에 품은 돌의 모양을 반쯤 숨김으로써 역으로 자신의 존재를 드러낸다.
한편 이집트의 두상조각과 미래의 사이보그가 결합된 듯한 모습의 두상조각을 선보이는 윤두진의 작품은 과거와 미래를 오가는 독특한 이미지를 보여준다. 견고한 석재로 제작했지만, 막 몰드에서 뽑아낸 고무그릇처럼 매끈한 그의 작품은 대량생산된 기성품을 연상시킨다. 이는 획일적인 가면의 모습을 통해 몰개성적 존재로 변해가는 현대인의 초상을 담고있는 것이기도 하다.
자연으로부터 울려오는 공명
반면 두 일본작가들의 작품은 마치 길에 굴러다니던 일상의 재료를 주워와 먼지만 털어 내고 전시장에 들여놓은 것처럼 소박하고 단순하다. 예컨대 오자키 지쯔야는 집을 허물고 난 자리에서 가져온 서까래처럼 투박하고 다듬어지지 않은 목재를 쌓아 조그마한 짐 나르는 도구를 연상케 하는 조형물을 제작했다. 마쯔무라 데루야수 역시 비바람에 마모된 자연석을 연상시키는 석조각을 전시해 오자키 지쯔야의 작품과 한 쌍을 이뤘다.
이처럼 다듬어지지 않은 재료는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 오래 전부터 전해 내려오는 어떤 존재와도 같은 인상을 준다. 오래된 나무, 혹은 오래된 자연석에 영혼이 담긴다는 이야기가 전해져 내려오듯, 두 작가의 작품에서 어떤 무상의 초월성을 감지할 수 있는 것은 이 때문이다.
한·일 두 국가의 작가들이 제작한 작품을 보고 있으면, 두 나라의 정원이 떠오르는 것은 왜일까. 독특한 모양으로 꼬고 구부린 분재로 아기자기하게 꾸민 한국의 정원과, 하얀 모래를 동심원 방향으로 쓸어 소용돌이를 그리고 한가운데 자연석 하나를 살짝 얹어 완성한다는 일본의 정원처럼, 두 나라의 문화적 특성이 반영된 것은 아닌가 싶다.
본 전시의 관람은 무료이며, 자세한 문의는 문의전화는 02-3143-40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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