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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제품 | 전시 | 공연

에너지의 흐름이 시각화되는 현장 - 마이클 주전

by 야옹서가 2002. 12. 6.

Dec 06. 2002
| 소격동 pkm갤러리에서는 12월 30일까지 재미교포2세 작가 마이클 주의 설치미술전을 개최한다. 2001년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참여작가로 선정된 바 있는 마이클 주는 이번 전시에서 거대한 사슴뿔을 해체하고 철제 구조물로 연결해 성장을 상징하는 작품을 비롯해 모형 코요테 12점, 영상물 등 총 15점을 전시한다.

학부에서 생물학을 전공하고 조각 전공으로 석사 과정을 마친 마이클 주는 자신의 다중적인 경험을 개념적 예술작품에 응용해왔다. 그런 만큼 그가 제작한 작품은 독특하다. 예컨대 작가의 예전 작업에는 한국인으로서의 자신의 정체성을 추적하는 동안 정신적·육체적 에너지가 소모되는 과정을 기록하고, 그 과정에서 발생한 땀이 증발하고 남는 소금을 예술행위의 결과물로 명시하는 작업을 찾아볼 수 있는데, 이는 과학과 예술의 영역이 서로 상호보완적 작용을 하는 개념적 설치작업으로 연결된다.

에너지의 흐름과 그 물리적 변화에 대한 개념화
에너지의 흐름과 변화에 대한 관심은 이번 전시에서 북극 지방을 공간적 배경으로 하여, 그 안에서의 에너지 흐름이 어떤 식으로 움직이는지에 대한 도표 작업으로 이어짐을 확인할 수 있다. 마치 복잡하게 얽힌 화학식처럼 방대하게, 그러나 직선적인 기하도형과 화살표로 명쾌하게 구획된 에너지의 흐름은 북극이라는 고립된 공간 속에서 때로는 소멸되고, 때로는 순환한다. 이는 에스키모의 두터운 방한복 안에서 열의 흐름이 어떻게 이뤄지는지를 보여주는 애니메이션과 한 쌍을 이룬다.

개념적 설치작업과 별개로 진행되는 조각작업은 한계상황 속에서 적응과정을 무사히 마친 대상과 그렇지 못한 두 부류를 대조해가며 보여준다. 이방인 아닌 이방인으로서 살아가는 작가의 내적 갈등이 드러나는 부분이다. 먼저 전시장 1층 한쪽 구석방에 갇힌 듯 드러누운 사내의 조각상 ‘Strait Man, Split’은 부적응자의 표상에 속한다. 두터운 모피로 보호받고 있는 듯 하지만 사내의 몸에 붙어있어야 할 살은 온데간데없고, 무색 투명한 피부가 마치 얼음처럼 앙상한 골격을 그대로 비춰 보이고 있다. 홀로 버려진 채 죽어 가는 듯한 사내의 모습은 모피 옷의 두터움과 대조돼 더욱 소외된 느낌을 준다.

적응한 자만이 살아남는 적자생존의 세계
 반면 2층에 설치된 ‘Pack Ⅱ’은 코요테 무리는 미국 땅에서 성공적으로 적응을 마친 존재들을 상징적으로 나타낸다. 작가가 직접 손으로 살을 붙여 하나하나 만들어간 코요테는 이빨을 드러내고 위협하는 녀석, 조용히 응시하는 녀석, 어딘가로 터덜터덜 발걸음을 옮기는 녀석 등 다양한 자세를 취하고 있다. 덩치는 인간보다 작고 앙상하지만, 무리를 이루고 힘을 모아 생존법을 터득해나가는 단결의 마력을 상징한 부분이다. 작가는 특히 1층 전시장에 몸 뒷부분 반 토막만 남겨진 채 벽 속으로 들어가는 코요테의 조각상을 배치하고, 2층에는 앞부분 반 토막이 벽 속에서 나오는 듯한 형상의 조각상을 배치해 초현실적인 느낌을 강조했다.

pkm갤러리 측은 “마이클 주의 이번 설치작품은 북극을 은유적으로 이용하여 사라져가는 물리적인 국경을 보여주면서, 에너지 소모에 관한 그의 지속적인 관심과 그것의 물질로의 변형과 조화를 표현한 것”이라며 작품의 의의를 설명했다.

본 전시는 무료로 관람 가능하며, 자세한 문의는 02-734-94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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